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Jun 02. 2021

묵은 여사친,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

오랜 여사친이 있습니다. 오래되긴 오래되었네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인연이 시작되어 이제 반백년을 넘게 살아온 중년이 될 때까지 동아줄 끈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죠.


빈번하게 연락은 하지 않습니다.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2번 만나기도 하지만 안 보는 해도 더러 있습니다. 전화통화는 아주 가끔 생각난다 싶음 아무 생각 없이 막무가내 합니다. 생각 안 나면 1년이라도 넘어갑니다.


그렇지만 긴 시간 연락만 없을 뿐 절친이라는 것에는 전혀 영향이 없어요. 어쩌다 한번 뜬금없이 대구에 왔다고 벙개를 치면 득달같이 나옵니다. 못 올 상황이라면 그런 줄 알고 이유를 물어보지 않습니다. 상황이 되는데 안 나올 친구가 아니란 걸 아니까요. 전화 통화만 해도 언제나 반갑고 할 말이 샘물처럼 끊이지 않습니다. 배우자, 자녀, 부모, 직장, 오랜 친구들의 옛이야기 등 못할 말이 없는 거죠.


무엇일까요? 40여 년을 꾸준히 남인 듯 아닌 듯 아슬하지 않는 인연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뭐 곰곰이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신뢰"입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인가 봅니다. 무슨 일, 무엇을 생각하더라도 친구로서의 서로의 마음이 변동 없을 거라는 믿음 이겠죠.


직장 생활을 시작함에서부터 을보다 갑의 위치에 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얄궂은 끈으로 이어진 관계는 어는 순간 끈이 낡아 닳던지, 어떤 이유로 무 잘릴 듯 싹둑 잘라지면 좋았다 착각했던 인연들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어 알곡과 찌꺼기로 구분이 쉽게 되었습니다.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서로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하고, 또한 그 믿음을 신뢰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만나지 않아도, 가뭄에 콩 나듯 연락을 해와도 늘 반갑고, 가뭄에 콩 나듯 연락을 해도 늘 반겨줄 좋은 사람을 더 늦기 전에 만들어 갈 수 있길 간절히 소원해봅니다. 그것이 사랑 든 우정이든 말입니다.

 

만나면 언제나 좋은 여사친 이름은 대구에 사는 강 x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베르 감독님, 7회에 GG 치시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