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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09. 2021

모바일 상품권 그 헤픔에 대하여

진심을 담아 보냅니다만

페리x나, BHC, 멕시x나, 푸x닭, 굽x, 멕시x나, 처x집 등 닭을 튀겨 파는 곳이 어마무시 많다는 것을 깨톡 모바일 상품권(모상권)을 뒤지다 새삼 오늘 알았습니다.


어마 무시하단 것은 선택 여지가 많다는 것이어서 여간 혼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이왕이면 싶어서 여러 제품의 사진을 일일이 열고 닫고 확인을 했습니다. 프로필 사진이나 상품 사진의 뽀샵 발에 속을 수 없다 다짐을 해보지만 매번 알면서도 당해야 합니다.


고기 먹는 것을 중단한 지 20여 년이 되어 뇌리 속에 잊힌 닭 맛이지만 인지도와 외형으로 판단하여 네x튀김닭을 어렵게 선택하고 모상권을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상대편의 취항을 알지 못하면 아무거나 찍어 보내면 그만이지만 그렇다고 성의 없이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국인에 있어서 "알아서"가 세상 제일 힘든 일입니다. 


네x튀김닭의 모상권을 전송한 지 얼마 지 않아 카톡이 왔네요. "고마운데 우리 동네에 네 x닭튀김 배달 집이 없는 듯해"라는 내용입니다. 톡을 보자마자 청천벽력, 급 당황 이죠. 고르고 고른 게 하필 배달처가 없다뇨. 역시 찍신과는 거리기 먼 모양입니다.


아파트 주차장이 좁아 이중주차가 다반사인데 어느 날 내리막길에 이중 주차된 차가 밀려 우리 집 차에 박혀 있었습니다. 난감해 하는 차주 사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접촉 부위의 흠집을 쓱 문 지르고 그냥 없던 것으로 한다 했더니 연신 고맙다 했습니다. 얼마 후 죄송하다는 문자와 함께 깨톡으로 베x킨라xx 케이크 모상권을 기습적으로 보내왔습니다.  감각쟁이 사모님이십니다.


길에서 주운 110만 가량의 현금 지갑을 돌려주고 사례하겠다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이틀 동안 안해도 되었을 돌려주는 과정이 귀찮고 짜증이 나긴 했었지만 사례에 대한 생각은 애초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은 친구가 하는 말이 만약 감각이 있는 분이었다면 "모상권 하나 정도는 보낼 텐데"였습니다.


캐톡 수신 선물함에는 대부분 작년 생일에 받은 7개의 모상권이 사용 대기 중입니다. 보낸 분의 의도와 다르게 지금까지 사용 못한 이유는 코로나로 실내 공간은 피치 못할 일 아니면 가지 않았고, 또한 커피 구매권은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입니다. 정성을 담아 보내온 선물이기에 삼자에게 양도하기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아직 고스란히 보관 중인 이유입니다. 코로나가 종료되어야 할 타당성 중 하나도 보내 주신 분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모상권을 어여 편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상권은 적은 비용에, 신속, 편리하고, 쉽게 마음을 전 할 수 있는 신문물은 맞는 것 같은데 남발성, 가벼움, 원격성, 양면성, 의외성 등을 본다면 대면 선물에서 받았던 크나큰 감동을 잃은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해봅니다. 뜬금없이 LP의 즐거움이냐 음원의 편리성이냐로 대조해본다면 언제나 편리성에서 역사는 승리의 손을 들어 주었고, 언제나 편리성이 옳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선풍기마저 가동해야 할 오늘은 뜨거운 날입니다. 차가운 음료 모상권 하나라도 더위와 습도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보내고 싶지만 행여나 그 가벼움에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근심을 가져 봅니다. 감각(센스)과 헤픔의 해석 중간에 살짝 마음이 흔들리는 날의 모상권에 대한 가벼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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