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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13. 2021

선의(Good) 그러나 악수(Bad)

미워할 수 없는 직원

코로나 전파 예방을 위한 조치 중의 하나로 택배를 더 이상 사무실까지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가능한 비대면의 지침을 준수하기 위한 방안이죠.


그리하여 1층 현관에 임시 집하장을 만들고 택배기사님이 택배 도착 깨톡을 보내면 물주가 찾아가는 구조가 성립되었습니다. 단점으로는 집하장에 택배가 모이니까 각 부서별로 쉽게 눈에 뜨임으로 누구에게 택배가 와 있는지 의지에 관계없이 알게 된다는 거죠.


그날은 무거운 박스 하나가 저녁 무렵에 배달이 되어 퇴근 전에 미쳐 찾지 못했습니다. 그 택배는 사무실로 올게 아니고 승용차로 가져갈 물건이었는데요. 당근 아침엔 도착만 확인하고  저녁 퇴근 때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얼마지 않아 앞쪽 부서의 건장한 직원이 우리 사무실로 낑낑 힘쓰며 택배를 가져오더니 뿌듯하게 말했어요.

"실장님 택배 가져왔어요"

"...................., 어어~~~  , 고~고마워"

나는 속으로 처절하게 울부짖었어요. "집에 가져갈 거라고~~ 옷"

퇴근 후 사무실에 배달된 물품을 다시 낑낑거리며, 행여 배달한 직원이 왜 가져가냐고 물어보면 서로 무안해할까 봐, 조심조심 쨉사게 임시 보관소를 지나 승용차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네요. 인간사 속사정은 알 수 없어요.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죠. 세상일 모두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섭불리 비난할 일이 아닐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건장한 직원은 무거운 택배를 자기 일이 아님에도 배달해준 착한 사람이 되었지만 내겐 삽질한 거잖아요.


나를 위해 배려한 것이라 고맙단 말만 했습니다. 아직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요. 어떨 땐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고, 하고픈 말 다 하지 말아야 하고, 빈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멘붕급 황당 사건으로 그냥 넘겨 웃기도, 화내기도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었네요.


주인을 기다리는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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