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기
사진을 매개로 취미를 가진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하시는 분에 따라 분야별로, 장비별로, 주제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소나무만, 인물만, 풍경만, 기록만, 흑백만, 필름만, 라이카만 등 주구장창 한 우물만 팝니다. 직업 사진가나 취미 사진가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뭐 사진을 30년 가까이하고 있는 취미 필름 사진가 입죠. 글 쓰는 것과 같이 조금 절박, 절실하게 하지 않은 완전 떠벌이라 남들보다 아주 조금 잘하는 정도의 하등급입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빈심정신(Sprit)으로 그냥 자기 합리화시켜 버립니다.
취미자분들이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수렁이 장비빨에 목숨을 건다는 건데요. 즉, 대부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을 작가라고도 하지만 또한 장비 수집가란 묘한 별명이 있다는 뜻이죠. 사진도 좋지만 장비가 왜 그리 좋은지 사고 팔고, 팔고 사고, 사고 팔고의 바꿈질 악순환입니다. 왜 동호회가 모임을 가지면 사진작품 이야기는 안중이고, 사진기 이야기만 허구하게 해 되는지 알다가도 알 일입니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로 언제 적부터 필름 사진을 대부분 다루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래된 사진기에 마음이 갑니다. 장비도 필름 색도 멋지잖아요. 그리고 디지털과 달리 가격이 세월에 따라 상승하기도 합니다. 대표적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장비 제작사는 삘건딱지의 쁘레송 할부지로 대표되는 Leica, 한때 삼성이었고 비비안 마이어의 Rollei, 달나라 간 사진 장비 끝판왕 Hasselblad입니다.
연휴 첫날 멀리 일산에서 이제 마지막 사진기여야 할 놈을 업어 왔습니다. 그동안 임대해 사용하다 아무래도 내 것이 아닌 것에 부담인지라 내 것이 필요했습니다.
달나라 간 그 사진기 제작사 Hasselblad에서 제작한 중형 초기 제품인 500 C/M을 업었습니다. 가격은 매우 비쌈이고, 필름은 일반인이 조금 생소할 수 있는 6x6 중형을 사용합니다. 78년 생이며 사진이 정방형으로 가로, 세로 구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편합니다.
최첨단 거울 없는(Mirrorless) 디지털 사진기가 득세하는 시대에 필름이라고 하는 구문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불편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기다림이 있으며, 색 빠진 물감 같은 천연 염색이 발한 듯한 필름 색감이 좋으며, 말로 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다 좋습니다. 갬성이라는 것 있잖아요.
어른의 장난감은 애들 것에 비해 비쌉니다. 득템 순간의 마음은 얼라나 어른이나 똑같은 거 같아요. 물리기 전 며칠간 또 쉰나게 놀겠습니다. 쉰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