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이 주는 신호
부쩍 몸이 가려운 경우가 많아졌다. 알레르기도 아닌 것이 이곳저곳 긁고 나면 두드러기처럼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피멍도 들고, 시원하도록 박박 긁다 보면 피딱지가 생기기도 했다.
심한 일부는 피부과 진단 결과 곰팡이라 해 연고를 바르니 금방 가라앉기도 했다. 그런데 보드라운 피부에는 가려움이 지속되었고 연고로는 치료되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아토피라도 되는 것인지 상 그로운 일이었다.
아픈 것은 주변에 소문을 내라 캐서 여기저기 떠 벌리고 다녔다. 수소문의 진단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너무 많이 씻어 피부 기름기가 빠져 건조할 때 발생하는 가려움증이라 했다. 지난겨울철에 피부가 건조하다 구리무 엄청 바른 것도 같았지만 습도 높은 여름철에 설마 피부가 건조 하리란 생각을 못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물을 물쓰듯 엄청 씻긴 했다. 샤워는 하루 두 번은 기본이고 주말이면 세 번도 더 샤워질이었다. 젊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점점 노쇠화가 됨에 따라 기름기가 쫙쫙 빠진다니 참.
국민학교 1학년 때 초가집이 슬래트 지붕으로 개량되고 호롱불이 전기로 바뀌는 시대, 장소에 살았으니 뜨신물에 목욕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해 겨울이면 무릎과 팔꿈치에 두세 겹 떼 딱지가 더덕 붙어 다녔던 시절을 소환하면 진짜 지금의 혜택은 천지가 개벽할 일이기도 하다.
너무 자주, 오래 씻어도 문제가 된다니 어쩜 이런 일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당장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줄일 수도 없을뿐더러 더더 나이 들면 자주 씻어야 손주라도 볼 수 있을 테니 해결이 쉽지 않은 일이다.
임시 처방은 몸에 바르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라 한다. 끈적이는 게 싫지만 가려움이 해결된다면 못할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니 지난겨울 박박 긁는 것이 영 못 마땅했던지 앞자리 직원이 던져준 구리무를 바르고 효과를 보았지 않았던가.
점점 나이 듦에 변화되는 게 생긴다. 행동이, 말이 느려짐에 적응해야 하고, 컴 글자가 12에서 14로 커져야 하고, 약 없이 버틴 사소한 병에 득달같이 병원에 달려가야 하고, 건강보조 식품 몇 알은 매일 입안에 털어 넣어야 하고, 생각대로 안 되는 정치, 사회 현상에 꾹꾹 참을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습득된 아집과 독선 그리고 고집에서 벗어나길 위한 노력들이다.
오호통재라. 어디 피부에 좋은, 가려움증 없애줄 촉촉한 구리무 어디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