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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17. 2019

종이 신문 이야기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종이신문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유이하게 종이신문을 본 곳은  비행기 탑승장 입구와 KTX 특실에서였다. 갈수록 특별한 장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귀한 몸이 되어 버린 종이신문은 펼치고 넘길 때 진한 잉크 내음과 자라 락, 뽀시락 하는 종이 넘김 소리가 특별하고 좋았다. 종이신문을 아직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이렇게 시답잖은 잉크 냄새와 듣기 좋은 종이 넘김 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학창 시절은 마지막 한문 시대로 학력고사 국어 문제 마지막 5문항이 한자였던 것 같은데 5문항의 객관식 정답을 찾기 위해 효율성 없게 많은 공부 시간이 투자되었다. 운 좋게도 나는 대부분 다섯 문항을 곧잘 다 맞추곤 했는데 비결이 종이 신문이라니 참 우스운 일이 있었다.

그 당시 종이신문은 지금과 달라서 세로 쓰기와 한자를 병행하였다. 대부분의 그 시대 소년들처럼 나도 야구를 좋아하며 자랐고, 중학교 2학년, 82년에 프로야구가 5 공화국의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개막함에 따라 언론에서 야구의 보도 비중이 늘어났고, 정보의 전달이 신문에 의존되었던 시기라 자연적으로 신문을 통해서 야구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기사에 야구선수 이름과 용어를 모조리 한자로 표기를 하니 어쩔 수 없이 한자를 읽어야 했다. 지금도 기억하는 장효조, 김시진, 장태수, 이만수, 오대석, 황규봉. 이선희 등 삼성 라이온즈 소속 선수 들이고, 안타, 도루 등의 용어가 한자로 표기되어 적어도 그때는 친구들과 소식을 공유하기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한 젊은 소년들의 생존이 걸린 한자 읽기였음으로 자연스럽게 많은 한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지금 가진 한자 수준이 딱 그때 수준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후원으로 발간한 신문이 문화일보였음으로 현대상선에 근무하는 당시에 그룹에서 문화일보 강제 구독 정책을 시행하여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도 있었고, 현대그룹 회장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문화일보 1년 무료 구독권을 받았던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다. 그 이후 문화일보가 분홍빛 종이 재질을 독점적으로 적용하여 독자들 눈의 피로를 줄여 준다는 홍보를 한 기억이 마지막 종이신문에 대한 기억이 되었다.

요즈음 출근을 하면 사무실에서 우선 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 행여나 밤에 전달된 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일 테고 두 번째로 하는 일이 신문을 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대체적으로 어떤 신문을 정해서 구독하는 편이 아니고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탈에서 올라오는 메인 기사를 보고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본다. 그러다 보니 종이신문과는 확실한 차이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자극적인 제목에 알면서도 당하게 된다는 유혹의 낚시질을 당해 우선 클릭하게 되었다. 조회수로 먹고 산다는 신문사는 점점 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양산하게  되었고 또한 독자들은 포탈의 메인 외의 기사에는 거의 접근하지 않아 정보의 편중현상이 심심찮게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이신문은 1면부터 순서대로 읽다 보면 큰 장점은 정치, 사회면보다 문화, 교양, 예술 면에서 우연히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 재수 좋게 얻어 걸치는 재미가 쏠쏠하고 간혹 유익한 논설, 사설도 읽게 됨으로 균형 잡힌 정보를 골고루 습득 것이지만 반면 인터넷 신문은 거의 정치나 사회의 최근 뜨거운 잇슈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종이신문 기사를 보았을 때 느낌은 댓글을 달 수도 읽을 수도 없어 기사를 읽고 즉시 댓글을 보았던 습관으로는 많이 답답다는 거였는데 어쩌면 여론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보다 욕으로 도배되어 있는 글을 못 본다는 것도 장점이 아닐까도 싶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쉼 없이 변하고 있고, 사람이 편리하다는 명제 하에서는 어떤 타협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음으로 대세를 거슬러 변화에 저항한다거나 푸념을 하고 불평을 해봤자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는 거 다 안다. 카메라가 RF에서 SLR를 거쳐 DSLR로, 다시 미러리스로 변화무쌍하게 진화를 하여 왔지만 변화의 시작점에서 사진가들이 필름을 어떻게 버리냐고, 디지털은 사진이 아니라고 까대고, 포토샵이 사진이냐고, 비난을 퍼부어 왔지만 어느 듯 디지털 시대를 지나 미러리스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 듯이.

오늘은 종이신문의 잉크 냄새가 매우 그리운 날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비행기 타고 여행 가자. 아니면 KTX 특실을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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