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꿈

꿈의 백화점이 필요해

by 바다 김춘식

새벽부터 두통이 와 화창한 가을날에 웬 종일 띵한 찝찝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아침밥 한술 뜨고 진통제 한알을 털어 넣었음에도 좀처럼 아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남자들에게 꿈에서라도 꾸지 말아야 할 꿈이 있다. 악몽 중의 악몽이라 하는 재 입대하는 꿈이다. 꿈에서라도 다시 영장을 받는 다면 정말 아찔하고 끔찍한 일이기에 분노하고 식은땀이 난다 한다. 세월이 많이 지나 삶이 희미해질 중년이 되어도 다들 한 번씩 꾼다하니 어마 무시한 잠재의식이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악몽의 양대산맥이 잊을만하면 불쑥 나타나 오늘처럼 새벽의 밤을 힘들게 할 때가 있다. 3자의 관점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과거의 잔상 부스러기 들이다.


첫째가 시험공부를 못해 머리가 하얗게 빈 상태에서 시험지는 받아 든 후 공포에 질려 있는 꿈이다. 아마도 가난 베틀이라도 해도 될 시절에 단 한 번의 시험 실패도 없어야 했던 시절의 기억이 되살려지 것이지 싶다.


두 번째가 배를 타는 꿈이다. 이게 문제다. 24살에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 낫을 새파란 청춘 시절에 바다의 고립성에 사람을, 가족을, 친구를 그리워 그리워하고, 집채만 한 파도의 두려움에 떨었던 4년의 세월이 기억 깊이 각인되어 나타나는 것이리라.


꿈의 내용은 배를 탔는데 부적응으로 인한 환경 공포감, 배를 내려 휴가를 가야 하는 너무 많이 남은 시간에 절망하는 것이다. 가끔은 책임자로 있는 아라온호가 타이타닉처럼 침몰하는 모습을 보기 하기도 하는데 공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젯밤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는 꿈을 꾸었다(4년 동안 현대상선에서 컨테이너 선을 탔다). 꿈을 꾸는 동안 공포감과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허겁지겁 꿈을 깬 순간 표현이 어려울 정도의 뇌신경이 당기는 듯한 아픔에 한참 엎드려 있어야 했다. 여태껏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솔직 욕을 했다.


약을 먹어도 가시지 않은 두통에 하루 종일 우울해하다 저녁답에 하소연에다 공감 위로나 들을까 뱃놈 L에게 톡을 툭 던져 보았는데 L은 오늘따라 바빴던지, 공감 갈 내용이 아니었던지 무시에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럼 뭐 뱃놈 중 나만 그런 건가?


30년이 된 기억이 아직껏 괴로워서 일까? 아니면 앞만 보고 달려온 허한 몸이 보내는 신호일까? 악몽의 끈질김에서 이제 자유롭게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꿈이라 어찌할 수도 없고. 달라구트의 꿈 백화점이 문을 열었다던데 행복해지는 꿈은 많이 비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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