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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09. 2021

어찌 집에 들어 갈꼬?

세상 모든 갱얼쥐는 천사다

2010. 6. 6. 현충일이기도 한 이날은 어린 강생이가 우리 집 가족이 된 날이기도 하다. 가족이 되는 과정은 다들 세상의 아버지 엄마들이 그러고 그랬던 것처럼 고양이, 강아지는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집에 안 들인다고. 그러다 흙은 고사, 아버지 엄마의 가족이 되었고, 퇴근 후 현관에서의 꼬리 흔들기 신공에 반하고는 급기야 집안 서열 1순위가 되었다라는 행복한 결말이었다.



속병에 입원,  관절 수술, 혹 제거 수술로 고비도 몇 번 있었지만 큰애의 사람을 듬뿍 받아 가며 희로애락을 가족과 함께 하며 살아온 지 어느 듯 10년이 넘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노년 이랬는데 나이게 맞게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며 모두가 이 시점에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아프고 짠하게 하고 있다.


밤에 헛기침을 많이 하길래 병원 진료 갔다 오라 했더니 오늘 큰애가 다녀온 모양으로 오후 일찍 무렵에 톡이 왔다. 진료 결과를 알려 준다는 톡 이후 짧지 않은 시간 톡이 없길래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무릇 살아 있는 생물은 세월에 장사 없는 법이므로.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야 진료 결과가 링크되어 왔다. 긴장된 마음으로 링크를 열었는데 보는 순간에 낭패와 웃음이 교차했다. 안도의 마음이 더 컸으리라만 묘한 배신감이랄까. 기침은 기관지가 안 좋은 거라 하여 약물 치료로 호전이 된다니 일단 안심이 되었지만 함께 하지 마란 의사의 진료 결과는 심란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

- 집 와서 반겨 주는 것 (흥분할 상황을 더 이상 만들면 안 됨)

- 간식 많이 주는 것 (살뻬야 함)



퇴근해 집에 오면 홀로이 반겨주는 이는 오직 너, 우리 상봉의 희열을 포기하라고? 간식 주는 재미로 사는데 하지 마라고? 청천벽력이다. 서로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이라 하지만 좀 잔인한 처방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술푸다. 오지 않은 미래걱정하기보다 현재의 우리에게 기뻐하고 즐겨야 하거늘.  마음은  맘대로 감당이 안되니까 그냥 매일 짠하게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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