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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y 29. 2022

가장 아름다운 장미

남동공단의 울타리

몇 해 전이었죠. 마음이 뒤숭숭한 일에 주변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근데 그게 걷는다고 마음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복잡한 생각이 얽히고설켜 괴롭혔습니다.


한참 걸을 즈음, 호기심이 생기는 모습을 보았어요. 시간이 밤 열 시쯤이었나 공장에 불이 켜져 있고 몇몇 분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열심히 일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납품을 맞추어 할 수도 있고, 그날의 목표치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기계소리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슬쩍 넘나 본모습에 순간 짠한 감동이 왔었습니다.


그 이후 아주 가끔 힘이 필요할 때는 길 건너 도랑 건너 남동공단의 사람들을 먼발치로 뵙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마다 남동공단의 오월은 간간히 붉습니다. 공단이라면 삭막함도 있을 수도 있고, 꽤 어두운 색으로 느낄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지만, 이 붉은색의 장미는 조금 부정적일 수 있는 공단을 밝게 만드는 긍정적인 힘을 줍니다.


모처럼 한가한 휴일 이른 오후, "언제가"라고 하며 몇 해 미루둔 "장미와 남동공단" 어울림을 담기로 마음 단단히 먹었습니다. 오늘은 장미의 아름다움과 공단의 이쁨을 동시에 담기로 하고, 긴 시간 공단 블록을 지그재그로 훑어보았습니다. 쉼이 있는 휴일의 공장들의 한가한 느낌이 여유로우며 편안했습니다. 몇 해 전 받은 은혜를 갚는 마음 이랄까요.


자투리 담장 옆을 장미줄기에게 내어준 사장님들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계절의 무성함처럼, 붉은 정열 처럼, 사장님들의 사업이 번창하여 월급도 많이 주면 좋겠습니다. 오월의 장미는 오늘도 아름답고 가치있게 붉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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