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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n 19. 2022

오랜 친구,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추억놀이,

자운영 꽃이 논을 뒤덮었던 17년 전 아름다운 봄의 끝 즈음 구례에 모였다. 부산, 진주, 광양에서 각각 치열한 삶을 준비하던 대학 동기 세명(C와 H)과 우리들의 가족이었다. 왜 먼 세 지역에서 어떤 마음이 동해서, 누가 제안을 해 흔쾌히 수락하고 모였는지 기억은 없다.


평생 추억의 모퉁이에 이때가 기억되고 그리운 것은 찬란한 젊은 시절이 사진이라는 기록에 남았고, 자운영 꽃밭에 묻고 온 친구들의 정과 뭐래도 세 가족 모두가 함께 했다는 흔치 않은 소풍 이야기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주에 있는 그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아주 가끔 전화 안부를 물어는 왔지만 코로나로 2여 년 만날 수가 없었는데 맛난 것 먹고 공도 치자는 제안이자 초청이었다. 고맙고 고맙다. 마침 그 주 광양에 출장이 있어 흔쾌히 동의했다.


축구선수 메시, 야구선수 커쇼 그리고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마랬는데 친구 C도 그동안 대충 소문으로 만 추정, 사업이 어려운 줄 알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쓸데없는 괜한 걱정이었다.


약속한 날, 조금 이른 시간 만나 사업장을 들러 보기로 했다. 궁금하기도 했고 C도 아마 그동안의 성취를 자랑을 하고 싶었을 거다. 한 시간여 동안 동업자와의 원수 같았던 갈등과 회사 분리, 좌절, 수습과정, 가족의 고통 그리고 성장의 드라마를 귀를 쫑긋 들었다. 자랑할만했다. 사업가와 봉급쟁이의 일상 고민이 생판 달랐고, 사용하는 화폐의 0의 자릿수는 비교 불가였다. 딱 보아도 나는 천상 봉급쟁이, C는 사업가가 맞았다.


홍보, YANMAR

C가 대견하다. 무엇보다 동업자와의 갈등으로부터 고스란히 받은 마음고생의 극복은 포기할 만도 했을 텐데 2, 3년 만에 몇백억 대 매출 이라니. 살짝궁 많이 부럽기도 하지만 C와 내가 갈길이 달랐으니 서로 응원하고 지켜보는 게 최고였을 것이다.


그때 구례의 아이들 중 집집마다 큰애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거나 취준생들이고 적은 애들은 대학 3, 4학년이 되었다. 그 6명의 아이들은 그때의 기억을 못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온전한 어른들의 기억으로 남아도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비밀은 아니지만 마음에 담고 싶은, 소중한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애네 꼬맹이들 초상권없다. 지금 아무도 못알아 보거든 ㅋ

돈이 없는 봉급쟁이는 마냥 추억 놀이에만 빠졌고 밥은 대표님인 C가 샀다. 이런저런 뒷 애기를 담고 또 살아가는 동안에 기억할 추억을 남기고, 또 성공한 기업가의 치열했던 나와 다른 삶을 들여다보며 힘을 얻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다.


이런 친구, 가끔 보아도 말 거리가 넘쳐나는, 중년이 되어새로운 인생길을 또 한번 논할 수 있는 이런 인연은 참 좋다. 밥을 사주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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