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반품
거의 일주일 동안 전화로 말싸움을 했다. 누구랑? 홈쇼핑 업체다. 흔히 있는 하자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일어난 흔치 않은 신경전이다.
얼마 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중 모 홈쇼핑이 눈에 딱 걸렸다. 누구나 처럼 채널 놀이에 가끔 혹하는 물건이 있지않나. 그날따라 우연히 꽤 이쁜 신발에 혹 했다. 명품 비슷한 그러나 짜가는 아닌 신발이었다. "저건 꼭 사야 해". 결과는 충동 즉석 결제를 하고 말았다.
두어 달, 잘 신고 다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발끈 끝에 쇠붙이 마감재가 당황스럽게 사라지고 없었다. 하찮은 쇠붙이이지만 신발끈의 기능과 외관의 모양에 영향을 주는 필수 부품이었다. 문제는 일반 가게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
홈쇼핑사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말하고, 쇠붙이만 몇 개 보내 달라했다. 충분히 부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마감 처리를 잘못한 질책은 까칠한 성격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근데 이게 일주일 넘게 밀당할 줄이야 알았겠는 가.
나의 주장은 두어 달 넘게 이미 신어 중고가 되었고, 끈의 쇠붙이가 별거 아닌 부품이라 부품만 받으면 간단히 자체 수리 가능하니 부품만 보내 달라는 것이고, 업체 측 제안은 부품이 없으니 신품으로 교체해주면 어떻냐는 제안이다.
내가 왜 새 신발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고 또한 두 달 넘게 신었는데 대체품으로 신품을 받아야 할 당위성이 진짜 없었다. 부품이 없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었다. 어쩌면 부품 하나 공수하는 것에 소요되는 행정 인건비가 신품 비용보다 높을 수도 있겠지만 진상 고객이 되는 게 싫었다. 나중에는 지쳤는지 상담사는 긴 시간의 언쟁에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라는 말투를 해왔다.
결국 나의 수긍, 죄 없는 상담사에게 계속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기에 미안해서 신품 보내라고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어찌어찌해서 어제저녁 신품 신발이 도착했다. 이게 불법한 것도 아닌데 선 듯 좋은 느낌은 아닌 것은 양심인 것일까?
어째던 일주일간 바쁠 텐데 화내지 않고 흔치 않은 고객을 만나 화내지 않고 잘 응대 해준 상담사님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말하고 싶다. "죄송합니다"
똘아이 이거나 왕고집이거나 독특하거나 정상이 아니거나 정말 내가 진상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