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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Oct 10. 2022

프로는 소주, 동호회는 막걸리

취미로 하던 일이 직업, 프로가 되었다. 재미나는 일로 돈을 버니까 좋겠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타쌍피, 꿩 먹고 알 먹고.


과연 그럴까요?


13년째, 연수동에서 송도까지 8킬로를 왕복 운전해 출근하고 퇴근합니다. 차선을 바꿀 시기와 신호등 체계를 정확히 꿰차고 있습니다. 습관적 팔이 기억하는 핸들 조작질을 합니다. 매일 아침 똑같은 반복적인 패턴에 무기력감이 옵니다.


저도 프롭니다. 운동선수에 비하면 코끼리코에 비스킷이겠지만 꽤 월급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므로 내 분야에서의  지식, 기량과 기술은 최고임에 남들에겐 넘사벽 일 것입니다. 프로니까요.


근데 하는 일이 재미가 없어요. 매번 수년째 같은 사무실에 유사한 일을 반복하고 재 생산한다는 게 남들보다 잘은 할 수 있어도 재미가 없다는 것이죠. 진짜 재미 일도 없습니다.


오래만 재미난 사진동호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인천 근교에 사는 세명이 모입니다. 공교롭게 사진모임 두 곳 다 세명이네요. "포클"과 "롤라이플렉스"로 맺은 인연들입니다. 오늘은 포클 3인방의 만남인데 한분은 택시를 하시고 한분은 복지사입니다. 동호회가 좋은 점은 사적 공적으로 역이지 않아 사심도 공심도 전혀 없기에 서로 어떤 눈치도 코치도 없다는 것입니다.


한 시간 가량 인천 대공원에서 짜박짜박 각자 가을 사진 나들이하고 난 후 여느 동호회처럼 옹기종기 모여 막걸리 한잔에 사진기 이야기 매우 많이, 사진이야기는 조금만 합니다. 동호회의 생명은 장비 빨 이거든요. 시간이 남으면 잠깐 정치 이야기로 샜다가 돌아옵니다. 정치 이야기 잘 못하면 다시 만날 수 없게 하는 싸움이 나기도 해서 조심해야 합니다만 감초이긴 해요.


운동선수가 13년 동안 매일, 공차로, 공 던 지로, 공치로 가면 재미있을까요. 절대 그러지는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직업이란 먹고살아야 할 일이라면 취미란 잘 살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좋은 방편이겠지요.


우리 모두 더 세월이 가기 전에 하고픈 거 하고, 즐거운 거 하고, 막걸리 한잔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생의 고달픔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게 사람 사는 거라네요.


파란우산, 접니다. ㅋ


F6 필카, 무거워요


막걸리 한잔, 동호회 국룰


가을은 코스모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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