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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10. 2022

다 내 탓이요

미각을 잃었어요

춘식이 쵸코 우유가 냉장고에 남았다. 살 땐 진심이었는데 쵸코의 달달하기가 도를 지나친 관계로 우유통은 며칠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구석 터기에 겨우 자리 잡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버리기 아까워 1/4 컵쯤 따르고 전자레인지 가동 시간을 1분으로 맞추었다. 평소라면 찬 것을 좋아하지만 눈이 오는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온통 따끈하고 달달한 쵸코 이야기뿐이라 종일 잔상에 남았던 게 따스한 쵸코 우유를 찾은 이유였을 것이다. 보통 동작 시간을 1분으로 맞추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가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는 어중간에 방심하다 발생하고 말았다. 우유 한 모금이 혀에 닿는 순간 지옥의 불맛을 본 것이다. 가스레인지가 배신을 한 것인지, 생각보다 적은 양에 경험치의 오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건은 일어났다.


혀가 익어 미각을 잃은 것이다. 코로나 걸렸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짠맛은 거의 감지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3일이 지났다.


부산에서 연말이 다하여 손님이 왔다. 소래포구는 이 맘 때쯤이면 대방어 철이다. 평소 이용하는 공동 어시장으로 모시려다 지독한 호객 행위도 싫고, 방어를 잡는 현장을 목격하기가 거북해서 길 건너 횟집으로 갔다.


철이라 해서 대방어는 필수, 도다리를 반반씩 섞어 주문했다. 아뿔싸 웬걸 먹는 순간에 어시장을 가지 않은 것에 후회를 하는 데는 짧은 시간이면 되었다. 추가로 주문한 해물칼국수 또한 상상 불가한 맛, 적당히 비유하자면 타이어 씹는 맛으로 세상에 없는 맛이다. 속으로 구시렁구시렁 욕이란 욕을 다 했다. 이런 개~나리, 신발~끈.


이럭저럭 시간이 지나 부산 손님들을 택시로 보낸 후 타이어 맛이 하도 이상하고 마음에 걸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결국 심을 보고 말았다.


타이어 맛, 아 그게 3일째 아직 미각이 돌아오지 않은 거다. 보통 하루면 미각이 회복이 되었지만 이번엔 심하게 화상을 입었는지 5일이 지나도 아직 정상적이지 않고 있다. 3일이라면 미각이 제 기능을 못한 게 맞다. 짠맛은 어찌 느낄 수가 없다.


주인분에게 한 바가지 욕을 한 게 양심에 찔리는 것뿐 아니라 미안하기 그지없다. 일단 남의 탓을 돌리고 보는 사람의 기본 품성에 예외 없이 내가 덥석 걸린 모양새다.


정상적으로 미각이 돌아오면 다시 한번 방문하여 진짜의 맛을 보아야 조금 양심의 짐을   같다.   탓이다. 제발 남의   하지 말자.



대방어, 돔, 우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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