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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n 19. 2023

잠깐 불심, 마음은 불자

송도 흥륜사

오래전 종교를 끊었다. xx지란 신흥 종교에 엮여 상처를 입고 서다. 그렇게 무교가 되었다. 헌법에도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무교가 종교다.


우리가 아는 인천 송도가 아니라 구 송도에 가면 흥륜사라는 절이 있다. 크지는 않지만 송도 신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조금 높은 곳이다. 이젠 중간중간 높은 아파트 건설에 송도 신도시도, 인천대교도 보이지는 않지만 발아래 세상의 매운맛을 느끼고 잠깐 쉴 수 있는 장소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이제는 언제나 마음을 놓는 장소가 되었다. 비 오는 날, 초팔일 하루 전, 해 넘어가는 쓸쓸한 저녁날, 그날에 종종 여기에 있다. 종교란 소속된 사람과 보이는 물건을 통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본래의 사랑과 자비를 보아야 한다. 나의 아저씨 주인공 동훈의 친구로 나오는 겸덕이라는 스님처럼, 나의 친구가 그런 스님 한분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처님, 저 소원들 다 들어 주심 안되나요?



비 오는 날, 세분이 우산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한사코 빨리 올라 부처님을 뵈려는 엄마(추정)의 마음을 두 자제분이 천천히 올라가시라 나무란다. 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함께 싸우는 듯 마음을 나누는 모습에 감동한다. 가족이란 함께 하고 함께 도우고 끝도 함께한다는 모습을 여기서는 자주 볼 수 있다. 좋다. 감동이다.



세상을 발아래 두면 하찮은 세상이 이거늘 차로 5분 거리의 발아래로 내려가면 다시 만나게 되는 아우성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보인다. 등과 부처님 뒤로 보이는 희미한 도시의 아파트와 그 쪼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송도 신도시의 세상


초팔일은 불자님들의 잔치일, 붐빌 잔칫날은 온전히 그 들에게 돌려 드리고자 하찮은 나 하나는 하루 전 흥륜사를 찾았다. 절 마당은 조용하고 연등은 각종 소원표지가 바람에 소리를 내어 다음날이 초팔일임을 알리고 있다. 몇몇의 분들이 부처님에 물을 붓는다. 동참하였다. 감히 불자가 아닌 게 걸렸지만 마음만은 불자가 되었으니 용서가 될 것이라 믿어 보면서.......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보이는 세상은


늘 사랑과 자비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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