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사랑한 거지
바람은 불고 비는 왔다. 이제야 겨울이 올 것 같다. 추위가 싫어 따스했던 날이 좋았지만 언젠가 추워질 거란 불안감보다 실제 추운 게 나았다.
아침부터 꾸리 한 기분을 가진채 저녁 약속에 나갔다. 점점 약속을 하는 것은 즐겁고 약속시간이 다가 올 수록 귀찮아지고 막상 약속 장소에 나가면 즐겁고 재미있는 게 패턴이 되었다. 오늘은 이미 약속장소에 왔기에 이바구 재미가 찰지긴 하다.
이런저런 귀신시나락 까먹는 소리는 씰데없는 듯해도 늘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회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신변잡기 화제로 끝맺음을 한다. 이런 날은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지만 32시간 잠을 못 잔 경험이 그 충동을 이기고 만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이바구 주제가 여기까지 와 버렸다. 가사는 좋다. 그러나 공감은 안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널 사랑하는 것으로만 더 이상의 것이 필요 없다는 게 공통의 공감이다.
가을은 점점 가을가을 해진다. 사계절이 일 년 단위로 된다면 좋겠다 했더니 겨울 1년은 너무 길다라고 감당이 될 것인지 K군과 M양은 돼 묻는다. 어쨌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기에 내일부터 많이 추워진다니 월동 준비가 우선인가 보다. 겨울잠이 좋긴 한데.
오늘 내리고 몰아치는 비바람에 마음속 마지막 잎새가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졌다. "어떻게 겨울까지 사랑하겠어, 가을을 사랑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