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난다. 귀향풍경이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을 찾아가는 길은 만만찮은 시간이 소요되고 출발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든지 아예 마음을 비우는 게 답이다. 인천 대구 왕복이 16시간 이상 걸렸으니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도로에서 보낸 셈이다.
명절 교통지옥에서 아직 불평보다 마음이 너 거로 울 수 있는 이유는 80이 다 되신 양가 건강하신 부모님을 뵐 수가 있고, 일 년에 세 번 정도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 그 한 번의 소중한 날이기 때문 아닐까도 싶다. 다들 그러하겠지.
여기저기 엔간한 유교 가족도 제사를 안 지낸다 한다. 심심찮게 제수용품이 재활용으로 나온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수백 년 동안 우리 가사 노동을 강요해 온 유교도 세월을 버티지 못하여 쓸쓸 종말을 고할 때가 되었나 싶다.
올해는 재수가 좋고 좋은 일들이 많았다 하겠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 많다 해도 건강이 최고인데 점점 주변에 그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아쉽다. 다가 올 용의 해는 또 어떨는지 기대가 된다. 용의 해가 되려면 아직 보름이 남았다. 정월 대보름을 지나야 진짜베기 용의 해라 하니 올해보다 용의 기운을 조금 더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늘은 올해 처음으로 공원 주차장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나름 세상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를 못하더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았음 하는 일종의 다짐이라 할까 뭐 착한 코스프레라 해도 연초부터 좋은 일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래 보았다.
설 전에 잊고 신년 안부를 전하지 못한 P, N, Y 님들에게 새해 안부를 막차로 전했다. 새해의 덕담은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아무것이다. 그분들은 까맣게 잊었다 해도 올해에 일어날 모든 복은 다 나의 복 나눔 덕담에서 시작되었다 말해본다. 우겨본다.
아파트 윗호실에서 연휴 내내 쿵쿵, 도르르 층간 소음 소리가 전해 온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설날 인사 온 모양이다. 딸이 시끄럽다 투덜 투덜이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참을 만하다 설득을 한다. 설 연휴는 모두에게 행복 한 좋은 날이니까. 마음껏 뛰어 놀아라 애들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