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듯 봄날이 가듯
세상은 돌고 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꽃이 폈다. 이 꽃 저 꽃이 작년의 그 꽃이 아니듯 우리 모두도 일 년 전의 생각과 모습과는 변해 사뭇 다르게 되었을 것이다.
지나가는 세월 속에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도 용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사는 거란 게 별거 없이 이리저리 치이고 구르는 것 인가보다. 봄이 오기 전 사무실에서는 일은 갈수록 감당이 불가하게 되고, 큰애는 직장을 따라 떠났고, 14년 동안 한결같이 가족이었던 강아지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북반부에 봄이 오고 남반부에 가을이 어김 오차 없이 와서 벌써 남극 시즌이 막을 내리나 보다. 해마다 10월 남극시즌의 시작은 기대반 걱정반으로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기대와 걱정은 같은 맥락으로 변화무쌍한, 일어날 것 같지 않는 사건이 일어나는 불확실성으로 설명이 된다.
어쨌든 시간은 지나가고 있고 기대, 걱정한 데로 그렇게 원하지 않은 일들은 일어났고, 해결되었다. 오늘은 올 시즌 마지막 정리를 위해 출장길에 나섰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분들에게는 수고와 짐을 잠깐이라도 들어주는 게 또 다음의 무거운 짐을 부탁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 수 있어서 이다.
집에서 공항 오는 길은 봄꽃들이 막 봉오리를 트기 시작했더라. 일주일 후 바람과 함께 왔다 불꽃 같이 가버리는 꽃들을 볼지 수없을지 모른다는 다소 아쉬움이 크지만 늘 우리에겐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하므로 얻는다는 것이 지금 가는 곳의 전설, 가을의 전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