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둘
세상이 변했나? 세월이 흘렀나?
오랜만 여수 출장 중 주변에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난다. 학교 때부터 모두 뱃놈들 답게 주야장천 자갈치에서 곰장어 안주로 소주를 들이켜던, 친구들이다. 벌써 50대 중반의 나이에 동기란 하나의 연결 끈에 일사불란 모이기도 잘해 만날 때마다 등이라도 치고 싶다.
중견회사 대표부터, 우리나라 직업만족도 2위라는 도선사와 조그마한 예인선회사의 중역으로 아직 현역으로 열심히도 사는 녀석들이다. 안주는 그리 고급스럽지 않지만 그런대로 여름을 앞둔 즈음 체력 보충용 장어가 되었다.
그런데 술 한잔 두 잔, 석 잔 이제 멋들어진 뱃놈들답지 않게 소주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부어라 마셔라, 니죽고 나살자던 젊은 호기는 개나 줘버린 모양이다. 최근에 친구들을 만나면 잔뜩 긴장하고 고주망태 대리를 생각하던 시절을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일 수밖에 없다.
슬플 수도 있는 마음이지만 먼저 건강을 챙겨야 하고, 하나둘씩 고장 나는 몸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있는 듯 아무도 서로 술잔을 권하지는 않는다.
겨우 합의를 본 것이 당구. 120, 150, 200 그리고 나는 수지가 30이다. 물 30이지만 PBA(프로당구리그)를 즐겨보는 팬으로 공포의 후루꾸(fluke)가 주 무기로 모두 긴장을 시킨다.
그러하다. 1차, 2차, 3차를 달리고 "바다에 매골"과 "칠대양 제패"를 외치며 무모한 용기로 몰아치는 파도에 청춘을 바친
우리들은 이제 조용히 당구장에 모여 웃으며 만 원짜리 한 장에 목숨을 걸듯 한다.
이 모두가 슬프지는 않다. 술이 당구로 바뀌고, 3차가 그냥 1차 저녁식사로 바뀌었고, 배가 불쑥 나온 완전한 중년들이지만 바다의 사나이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