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심한 싸움질 중입니다.
책이, 소설이 너무 재미나네요. 소설은 장이 넘어 갈수록 쏙 빠져들게 하는 집중력과 다음장을 궁금하게 하는 이끌림이 있더라고요. 수필은 나름 감동과 감성과 경험과 삶이 있고요. 시는 또 넘치는 사랑도, 이별도, 우울도, 간절함도 있지요.
가끔 L이 보내는 책은 실패가 없어요. 왜 그러냐 하면, 옷이 그러하듯 본인이 고르면 매번 그게 그게인데 남들의 선택은 나와 달라 그러지 않거든요. 세상 모든 그들은 나와 다른 특별함이 있잖아요. 가끔 나의 선택과 다른 종류의 책이 그래서 소중합니다. 그런 L의 책은 무뎌지는 책 읽기 본능을 유지하여 줍니다.
갈수록 너튜브 요게 요물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눈만 뜨고 있으면 온갖 재미가 자극되니까요.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로 만드는 마술이 숨은 거죠. 이젠 더하여 짧은 영상의 중독성은 가히 장난이 아니더군요.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던가요?
수고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집, 소파 위에 책과 너튜브가 놓여 있습니다. 책 본다 다짐을 하였지만 결국 너튜브의 유혹에 넘어가기 일쑤로 이젠 이기기가 매우 힘든 절정 고수가 되었습니다. 매일 너튜브와 책이 치열한 싸움질을 하고 있지만 그 싸움에서는 당연하게도 늘 승리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애당초 실패를 염두해 두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 문득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거지 같은 이 상황을 이겨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영혼 없는 사람이 되긴 아직 때가 아니잖아요. 대세를 거슬려야 하는 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도 못하겠고 자신감도 높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할 수 없이 꾸준히 가야 하는 길은 맞겠지요. 아직 영혼을 지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