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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황제"입니다.

by 바다 김춘식

8 km,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 거리로 장맛비를 앞둔 오늘의 가로수잎 청록은 짙어가네요. "황제", 나폴레옹 시대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3악장의 약 10분 연주 길이를 들었습니다.


어제저녁에 탁구장 소모임이 있었습니다. 적당히 탁구를 잘하는 아니 적당히 못하는 분들의 6명 모임이 벌써 11년째로 강산이 변해 50대 후반을 넘어서고 있는 나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탁구를 하시는 분은 둘이 남았고, 한분은 직장 따라 이동으로 탈락, 그리고 다른 운동으로 전향한 분이 3명이므로 이제 탁구를 공통 주제로 친목을 다지기는 다소 약해진 모양입니다만 인연에 1년에 네다섯 번, 생일 때 모여 서로 챙기는 좋은 모임입니다.


점점 나이 듦에 시들해지는 오늘은 잠깐 웃고자 두 가지 이벤트로 남들이 다 해보았다는 오글 미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40년 전에 해보았던 사다리 타기 미팅 추억 소환하기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톡 보내고 반응보기입니다. 사다리 타기는 짝수가 아니라서 인생은 늘 꽝이라는 교훈에 유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2차 노래방은 가지 않았습니다.


신랑, 각시에게 보낸 "사랑합니다" 톡의 반응은 매우 궁금했습니다. 50대 나이가 다 그러하잖아요. 그런데 예상은 모두 다 "쓸데없는 소리"란 답을 예상했습니다만 뜻밖의 답들이라 놀랐습니다. "내가 더 사랑해""나도 사랑해" "당신이 사랑하는 것보다 더 ~", 말이 안 되는 답에 사전 모의를 의심했습니다. 웃음을 주는 분은 "진짜 사랑한다 오해할까 봐" 안 보내 신 분 그리고 저는 아내로부터 "갑자기~"란 회신을 받아 폭소를 받았습니다.


세 번째로는 아들 딸에게 톡을 보내고 반응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것도 정말 생각지 못한 답이거나 답이 안 오거나로 갈렸습니다. 평소 용돈 아니면 엄빠 톡을 안 본다는 자조 섞인 아들딸의 가벼운 욕(?)이 부모의 공감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 알잖아요. 다 자식 자랑인 것을. 답이 온 분들의 내용은 모두 "갑자기 무슨 일 있어?" 하는 걱정입니다. 평소에 이런 적이 없으니 죽을병이라도 걸려 마지막을 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점점 세월이 흘러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그간 있어온, 맺어온 인연과의 대립과 증오가 아니라 "웃음, 사랑, 배려"가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족, 동료, 모임들이 인연들을 하나둘씩 들추어 보면 역시 서로가 "황제"이었음이 틀림이 없습니다. 출근길 "황제"의 대상이 우리였다니 찐 좋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꽝 ㅜㅜ



유미2.jpg 대박이네요


갑자기 ㅜㅜ


갑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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