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덥긴 더운가 보다

by 바다 김춘식

늦게 가벼운 아침을 먹고 너 거적 너 거적 사진장비를 주섬주섬 가방에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급할 것도 없는 주말이라 어제부터 갈 장소를 미리 정해 두긴 했다. 시흥갯골생태공원, 늘 가보는 장소지만 여름 철엔 처음이다.


오늘 날이 덥긴 더운가 보다. 차 창을 열자마자 훅하는 습한 공기가 호흡과 피부에 닿는다. 이럴 때 주렁주렁 사진기를 들고 선크림 없이 돌아다닌다는 것은 미친 짓이 맞다. 혼자 미친놈이 되어 보기로 한다. 얼굴에 대한 양심상 창 깊은 모자는 눌러 섰긴 했다.


예측대로 공원에는 산책하는 사람은 고사하고 개미어미, 새끼 한 마리도 볼 수가 없다. 7월의 더위가 이 정도라면 다음 달은 죽음을 예상해 본 다. 숨을 참은 셔터질 한 번에 어질 한 빈혈 같은 더위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 무던히 자리 잡은 꽃들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쁘게 여기저기 피어나 가끔 지나치는 바람에 간간히 흔들릴 뿐 미동은 없다. 꽃이란 봐주어야 이쁜 것 일 텐데 개미마저 없는 이곳에 이쁜 것을 독점으로 실컷 봐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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