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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Oct 19. 2019

사람은 누구나 다름을 가지고 있다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초보 3등 기관사로 배를 타게 되면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선박 운항에 당장 지장이 없는 기기 설비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게 되는데 그 설비가 냉동기, 에어컨, 보일러 등과 간단한 선내외 전등을 포함한 전기 설비이다.
 
3등 기관사가 되어 처음탄 배가 현대상선에서 LNG 운반선이 운영되기 전에 주력이었던 그 당시로는 대형선인 2,700 TEU급 컨테이너선이었다. 컨테이너선은 일반 화물선들과 달리 빠르고 정해진 시간에 화물을 운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기에 부두에 접안을 하면 주야간 구분 없이 선 하역 작업을 했다. 따라서 야간에도 안전하게 부두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밝은 조명이 필수였다.
배에 설치된 조명설비를 작업등이라 했는데 작업등은 비교적 높은 장소에 설치가 되어 있었고,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형광등과 유사하게 안정기가 있어 만약 안정기가 고장 나 불이 오지 않으면 부두 하역 작업자가 작업을 거부할 수 있음으로 항해사들이 3등 기관사를 시도 때도 없이 달달 볶고 소환했다.
 
상당한 고공에 설치된 작업등은 수리를 위해 수직 사다리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 수직사다리를 타는 게 큰 문제였다. 오르내릴 때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상상 초월한 힘이 팔에 들어갔고 15미터쯤 올라 가면 팔 근육통이 옴과 동시에 떨어져 죽을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감에 땀이 온몸을 적시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긴장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대단했다. 그때는 그런 고공작업들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당연한 3등 기관사의 임무였기 때문에 고충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무서워한다는 것이 나약해서 그런 줄 알았기에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월이 흘러 30 중반이 되어서야 수직사다리를 오를 때 필요 이상의 엄청난 힘이 팔에 들어가고 조금만 높은 곳에서의 작업에 다리가 떨리고 무서웠던 것이 비로소 고소공포증인 줄 알았고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병이라는 것도 알았다.

TV에서 군인이 유격 훈련 중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훈련 중 종종 뛰어내리지 못하고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뛰어내리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고 교관은 용기를 준답시고 옆에서 설득 반 협박반으로 뛰어내리기를 요구하여 대립과 기싸움하는 것을 보았고, 특수부대 훈련에서 결국 고소공포증과 싸우다 실패해 자신을 이기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실패자의 낙인을 받아들이고 쓸쓸히 퇴소하고 경우도 보았다.
몰랐을 때는 그 들이 정말 약하고 용기가 없어 정신 상태가 글러 먹어서 그런 줄 알고 그 들을 낙오자라 비웃으며 색안경을 끼고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용기와 타인의 으름장으로 극복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우리가 무식해서 비난의 대상이었던 그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모두 다 틀림이 아니고 다름을 한 두 가지씩 가지고 산다. 다름에는 본인의 용기와 인내로 극복을 할 수 있는 다름을 가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남들이 봐서는 이해할 수 없고, 협박하고 강제해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다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까지 우리는 너무나도 다름을 틀림으로 알고 남들을 비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지 않나 싶다. 이제부터는 비난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배려하고 이해가 필요치 않나 싶다.

나는 여전히  광양에 있는 이순신대교(시속 60킬로 이하 제한 및 중앙선 부분에 바다가 보인다) 지나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고, 운전하기 전 두려움 극복을 위한 마음 다짐이 필요하고, 인천대교 두 주탑 사이를 지날 때 저린 양다리를 달래기 위해 멍 때 리던지 쓸데없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게 나의 다름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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