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Mar 10. 2020

사진이야기 1

필름 사용자의 고민

코닥이 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침울했던 그 날에 나온 보도 중 인상 깊었던 제목이 “필름 시대 끝난 사실 코닥만 몰랐다”였습니다. 디지털 사진기를 최초로 개발하고도 거대한 필름 시장 잠식 걱정에 절호의 기회는 버리고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했던 것을 비유한 것이죠. 필름은 식료품처럼 유효기간이 있어 유효기간이 지나면 사용을 하지 않게 되지만 식료품처럼 유효기간이 경과하였다 하여 사용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관용도나 발색 등이 정상적이지 않아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되지만 그 걸 선호하는 사진사들이 여럿 있기도 합니다. 사진 동호회 게시판에 필름 가격 인상 소식이 있어 필름 판매 몰을 뒤졌더니 35 슬라이드 가격이 25,000원, 120 슬라이드가 20,000원이 넘고 있음을 확인하니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35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하고 충무로에 택배로 보내 현상, 스캔 과정을 거치면 거의 40,000원이 지출되는 셈입니다. 1년에 4-50 롤을 소비한다면 웬만한 디지털 사진기 한 대를 구입하는 비용입니다. 코닥이 망할 때 예견 못한 바는 아니지만 이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가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장 우리 세대에 필름이 없어 사진을 못 찍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지만 가격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고, 더불어 압박하는 것은 필름의 종류가 감소하다 보니 상황과 사진의 대상에 따라 사진사의 주관으로 골라 사용하던 필름의 선택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유효기간 꽤 지난 필름 다수가 아직 냉장고 한 칸을 차지하고 있기에 당분간 총알이 없어 사진 못 찍는 일은 없겠지만 필름 가격 상승에 따른 업체의 수익이 증가할 것인지 아니면 필름 사용자 급감으로 손해가 더 발생할 것인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습니다만 충성도가 낮은 사용자의 가격 부담 때문에 필름 사용 포기가 늘어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테고 또 사용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리라 예상은 해봅니다. 휴일 아침, 필름 사진기를 꺼내 들고 냉장고 속 필름을 챙겨보니 2006년도 유효기간의 코닥 필름입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궁금하지만 한 박자 늦게 갈 수 있다는 아날로그 정신을 갖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배(Vessel) 이야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