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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r 23. 2020

가로수가 아프다

가지치기


해마다 3월쯤에 집 인근 도로를 운전하고 다닌 다는 게 여간 마음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로 한 차로가 통제되고 윙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 중인 차들과 낫과 전기톱을 들고 고소차를 탄 작업자를 볼 수 있다.


과수원일이나 나무 키우는 일에 지식이 없어 가지치기에 대한 목적, 기준, 시기들을 몰라 보이는 작업이 가로수의 성장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생활에 불편한 것을 제거하는 것인지는 가늠하기 하기 어렵다 치더라도 사지가 잘려 뭉텅한 주목만 남아 흉측한 모습을 한 가로수를 보자면 울화가 치밀어 당장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작업자는 구청과 계약한 작업자 일 뿐이란 것 알기에 삭힐 수밖에 없었다.


가지쳐진 가로수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이유를 상식적으로 유추해보면, 가지가 전깃줄에 걸려 안전사고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거나 주변 건물의 조망권 침해, 태양을 가리는 것이고, 또한 나무에서 원인으로 하는 알레르기 매개체이거나 악취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사람의 생활 편리성 도모나 가로수로 인해 필요하면 가지치기 건 아니면 더한 벌목이라도 해야 하겠지만 가지치기된 가로수를 보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고, 작업자가 가지치기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아니면 구청 담당자가 현장을 한 번도 나와 보지 않고 매년의 일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작년 유럽 여행 중 안내자가 이동 중 아름답게 드리워진 가로수 길을 지나면 하여준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유럽 사람들도 플라타너스 열매 가루가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불편하지만 공기정화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의 불편함보다 도시의 깨끗한 공기를 위한 긴 시간을 택하여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낼 수 있다는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여러 외국에 출장, 여행을 다녀 보았지만 가로수를 우리나라처럼 해마다 지나친 가지치기를 하여 나무와 미관을 배려하지 않은 곳은 보지 못했다. 플라타너스의 알레르기 이건, 은행나무의 악취 이건 대다수의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불편의 원인이 되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보는 대다수가 불편하지 않게 최소한 이어야 대다수가 동의할 확률이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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