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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r 28. 2020

후배가 귀농을 했다 1

귀농은 대단한 일이다

대부분 귀농을 했다 하면 잘 나가는 대기업이나 공직을 그만두고 왔다는 수식어가 훈장처럼 따라다닌다. 그분들이 진짜 화려한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안정되고 미래가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어떤 과장된 말 보다 주변 사람을 한방에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며 그만큼 안정된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에 견줄 만큼 귀농이라는 게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그 녀석은 과장이 아니라 진짜 그랬다. 배를 운영하는 좋은 회사에서 특수한 배를 성실히 관리하는 유능한 사원이었고 사회생활 또한 원만히 유지 해온 해운 바닷가에서는 특출한 인재였다.

그러데 어느 날 귀농학교에 다닌다는 연락에 황당하기도 하고 웬 무모한 순간적인 생각이었거니 추측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도 그럴 것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애들 세명(애국자다)에 사모님까지 무려 네 명이나 되었으므로 고정 비용들이 제법 들어갈 시기였고 또한 시골에 연고나 땅도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 이었다.

어련히 이럴 때쯤 등장하는 이야기가 "회사 생활이 그렇게 힘드니?"  "어느 회사 갈려고?" "공부하려 유학 가니?" 등의 넘겨 집기식 소문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우리들의 추측성 생각들이 틀렸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확고한 마음의 결정과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순차적 준비를 척척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아마도 최종 결정을 하기 전 가족들과 수많은 고민과 갈등에 잠 못 이루었을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 설계에 힘들었을 것이다.

주변의 열화 같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휴직하고 버섯 재배 실습을 밀양에서 6개월 한다고 했고 그 이후 구체적인 정착지를 정한다고 했다.





벌써 세월이 지났다. 짧은 6개월 동안 버섯재배 교육을 어렵지 않게 받아 온 것 같고 주변 농사일 돕기, 버섯 가판대 체험, 감자 캐기 알바 등 순조롭게 농촌일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더니 2주 전엔 밀양에 집 계약을 했다 한다. 번듯한 시골 전원생활을 기대해 보겠지만 귀농이란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기에 차츰 자리를 잡아가면서 마당과 평상이 있는 집으로 옮겨 갈 것을 상상하면 축하해줄 대단한 사건이고 일이다. 잘 적응해서 세월이 지난 그때쯤에 전원주택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들고,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 소리를 정겹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래지 않은 시골 출신이지만 고단하고 허리 아픈 농사일을 잘 알기에 힘든 일들을 다섯 가족과 함께 의논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회사에 사직 한날의 벅찬 감개무량의 감정을 전화기 목소리로 전해 왔을 때는 내일 처럼 감동이었고 버섯 농장을 방문해 버섯 작업을 보고 있노라니 왜 이런 힘든 모양세 나지 않는 일을  선택을 했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그 가족만의 꿈과 도전이 있을 것이기에 감히 그 꿈과 도전에 흠집을 낼 수 없어 묵묵히 속으로 만 묻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처음 버섯이 나온 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최상품을 일등으로 구매해주었다. 내가 상징적으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귀농 결정과 묵묵히 적응해가는 농부에 대한 예우였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힘든 도전과 꿈을 이루어가는 화목한 가족을 멀찍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후배이긴 하지만 배울게 많고 마냥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아도 초보 농부의 귀농은 벌써 반은 성공한 것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어 그냥 지켜보는 것으로도 참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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