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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pr 15. 2020

직장 이야기 3

회식 문화가 바뀌었다.

직장 회식 문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세대와 개별의 선호도 차이에 호불호가 갈리어 대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 세대에 기억되는 회식은 저녁과 소주에, 이어지는 맥주 그리고 자연스레 노래방으로 연결되어 몇 가지 술이 짬뽕되는  3, 4차 문화일 것이다.


그 시대에 술을 거의 못하는 나로서는 회식이란 게 여간 상그러운 일이 아니었기에 회식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유쾌할리 없었고 참석을 아니할 수 없음엔 따가운 뒤통수의 눈초리를 무시하고 대부분 2차에서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  다음날 아침에 당연 욕먹을 각오는 했다. 어떨 땐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자리가 길어져 서양술까지 마실 때쯤이면 저 병만 비우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애절한 마음으로 마지막 잔을 학수고대 기다렸는데 "한병 더"란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속은 뒤집어졌지만 차마 말은 못 하고 시간은 하염없이 새벽으로 갔었다.


그러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1차 저녁 먹고 2차는 가볍게 맥주집에서 입가심 후 파하게 되는 과정이 있었고, 맥주집이 카페로 바뀌는 과도기가 있었다.




결정적인 회식 문화의 변화는 사회적 문제로 시끌했던 미투 운동에 따른 것이고 직장 내 갑질 문제와 연결되어 우리나라 회식문화의 재점검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뒤이어 김영란법이 시행되었고, 젊은 세대들의 회식에 대한 자유선언이 꾸준히 먹혀들면서 강제 회식의 참석 분위기도 없다시피 해졌으며, 회식 회수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어 언제 저녁을 직원들과 먹었는지 기억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회식 참석의 단위가 부서, 본부의 대단위에서 팀 단위의 소수 참석으로 변화되었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죽어라"에서 술보다 맛집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직원들과 영화보기, 음악공연 보기 등을 시도하여 보았으나 세대차에 따른 선호도 장벽에 아쉽게도 자주 시행하지는 못하였다.




사회적 요구사항과 시대적 변화에 따른 회식문화의 획기적인 변화는 머니머니 해도 회식 시간이 저녁에서 점심으로의 이동 이랄 수 있겠다. 거의 대다수가 자연스럽게 점심으로 이동에 적응하는 이유는 쉽게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갈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끝나고, 사회적 문제는 자동 해결되고, 술은 마시지 못하게 되고, 점심 맛집을 찾아가는 재미가 솔솔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거리의 밀착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먼 거리로 의 회식문화 변화는 하나의 팀보다 개인의 능력과 취항으로 흐르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다수의 바람이라면 긍정적인 시대적 도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수많은 게시판에 올라오는 회식 무용론에 대한 신세대들의 아우성이 아직은 모두의 의견은 아닌 듯하다. 물론 옛 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대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지금 사무실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 직원들은 매번 맛있는 저녁 먹자 조르고, 나 같은 구시대 꼰대인 사람이 조르는 성화에 도망 다니는 꼴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회식이라는 게 때와 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은 참석여부와 강제로 마시는 술의 량과 노래방에 가지 않을 선택권이 있는 조건 없는 자율권 보장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상적인 회식은 회식 중 출석을 부르지 않고, 다음날 아침 소심한 복수를 하지 않고, 회식 중 있었던 일들을 사무실까지 연장하지 않는 것이란 생각이다.


직원들 나 저녁 바쁘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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