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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pr 22. 2020

사진이야기 3

브레송 할아버지도 범법자

속사 사진(Snap shot, Candid photo) 찍기가 힘들어졌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영어 두 단어의 의미는 인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재빨리 찍은 사진에서 작가의 예술성과 기록성을 표현하는 사진 분야이다.

목적에 따라 사진을 분류해보면 연출이 필요한 분야(광고, 화보 등)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속사 사진 분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속사 사진은 찍히는 대상(피사체)이 사물도 사람도 될 수 있지만 사람이 아닌 것은 문제(군사보안 등의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가 되지 않겠지만 특별하게 사람이 되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란 게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도촬로 인한 초상권이 논란이다.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휴대폰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사진 인구가 폭증하였고, 그 들이 아무 장소나 아무 때나 예의, 예절도 없이 사진을 찍어대고, 라이카 사진기 한대가 집한 채 가격이던 시절에는 사진 찍히는 게 드문 일이라 사진을 찍히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아 문제가 없었다지만 지금 시대는 불어난 사진인구만큼 수많은 사진찍힘에 노출되어 신비함의 호기심도 사라져 찍힘이 싫어지고 귀찮아진 것 때문 일 것이다.


또한 사진 하면 도촬을 연상시키게 되는 나쁜 인식을 심어준 결정적인 이유는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못땐 촬영을 하여 사회적 무리를 일으킨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기도 하다. 도촬과 초상권에 대한 폐해들을 대중매체 보도로부터 빈번하게 각인이 되다 보니 여태 껏 인심 좋았던 분들도 "내가 찍히면 안 되는 거였구나"라는 정서로 돌아 서게 됨으로써 이제는 여행지에서 조차도 속사 사진은 힘들게 되었다. 찍히는 사람도 싫어졌고 찍는 사람도 잠재적 비난의 대상으로 되기에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도촬과 속사 사진의 구분이 애매하다 였다면 지금은 사람의 그림자만 들어가도 도촬로 분류되어 욕을 먹거나 초상권 침해로 신고당하기 일쑤여서 거리의 사진가가 살아 남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도촬이 안 되게 하려면 찍히는 분의 사전 동의가 전제 조건이지만 거리 사진가의 생명은 자연스럼이기에  "사진 찍어도 돼요?"라고 동의를 구하는 순간에 연출 사진이 됨으로 속사 사진의 가치가 사라지는 이유 될 것이다.


찰나의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최근 거리사진가로 조명받는 비비안 마이어, 매그넘 작가 버트글린, 가난한 민초 사진을 찍 왔던 최민식 등과 같이 사람을 찍었던 사진가들의 후계자가 나오는 것은 앞으로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잣대로 그 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도촬의 대가였음에 초상권을 침해한 무시한 범법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셀 아담스 할아버지, 죤 섹스턴, 마이클 케나처럼 풍경사진과 현대 광고 사진류만이 사진인 시대가 될지도, 벌써 되었다 할 수도 있겠다.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즐겼던 사람 사진은 이제 사회적 두려움과 엄격한 자기 검열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에 포기하게 되었고, 부득불 사람을 넣어야 할 때는 규칙을 정해두었다. 초상귄을 피하기 위해 사람은 멀리서 분간이 어렵게 하고 뒷모습으로 국한하거나 아예 조리개를 열어서 배경을 날리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도촬과 초상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빈번하게 사진사들끼리 격한 토론을 하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코로나 19, 2020년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마스크의 일상을 사진 속에 담아 보려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도 문제가 되련가 싶어 그만두었다. 외국의 경우보다 까다로운 검열 기준에 도촬과 속사 사진의 경계가 애매할 경우, 초상권 침해에 손을 들어주는 시대적 흐름 때문이며 또한 그 흐름을 주도하는 물길을 거스를 힘이 없기 때문이다. 거리의 예술적, 기록적 사진 거리인 속사 사진의 지속적인 감소가 점점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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