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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pr 25. 2020

뻔해 답이 없는 인간관계

재미있는 인장시험 곡선

인간관계론부터 여느 연애학 개론처럼 사람의 관계를 주제로 한 처세술에 관한 책이 한때 유행했더랬다. 그때는 그런가 싶어 이 책 저책을 기웃거리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처세술이라는 게 많이 웃기기도 가당치 않은 설들이었다 감히 말해 보련다. 이런 경우는 이렇게 저런 경우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무실, 집, 친구 등 연관을 맺고 있는 주변 사람을 굳이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아도 모두 틀리고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격도, 체격도, 성품도, 생각도, 취미도, 능력도 도무지 비슷한 사람마저도 없다. 어떨 땐 그 다름을 떠올리기라도 하면 소름이 돋는다.


사무실만 보아도 원칙을 중요시하는 직원, 자기주장이 뚜렷한 직원, 말이 많은 직원, 혼자 독불인 직원, 술 잘 먹는 직원, 융화성이 좋은 직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천차만별의 직원이 있다. 정치에도 동일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생각이 틀려 의견 충돌로 서로 지지고 볶고 하지 않나.


남녀관계만 보아도 만나 헤어지면 어떤 사람은 집 도착 안부를 안 물어보면 관심도 없냐고 시비고, 어떤 사람은 당연히 잘 들어갔지 무소식이 희소식인데 왜 사생활 간섭이냐고 따진다. 깨톡을 하면 귀찮다고 GR, 안 하면 관심이 없다고 GR, 어쩌란 말인지?


얼마 전 골프 하다 그 날 아이언, 퍼터가 안 되는 사람에게  평소 아무에게나 웃으며 하는 농담으로 "오늘 드라이버만 기똥차게 잘 맞아요~~~" 라고 했는데 까칠한 동반자로 부터 열 받는데 기름 부었다고 욕디지게 먹어다. 어떤 사람은 재미나게 웃던데.




재료역학에 인장시험(Tensile Test)이라는 게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금속 시편을 양쪽에서 당겨 어느 정도의 힘에서 파단이 되는지 알아보는 시험이다. 흥미로운 게 시험 결과 곡선에 우리네 인생을 대입해 보면 유사 한 부분이 많다는 것.


응력-변형율 곡선

Y축은 응력, 즉 당기는 힘이고, X축은 당길 때 시편의 변형의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시편을 양쪽에서 당기면 항복점을 지나 최대 인장 응력점까지 도달 후 네킹(Necking) 현상으로 갑자기 힘이 줄다 파단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곡선이다.


유의 깊게 보아야 하는 항복점(Yielding Point), 힘 즉, 응력을 가했다 뺐을때 시편이 원위치로 돌아오는 한계점을 항복점이라 하고 항복점까지의 영역을 탄성 영역, 항복점을 지나면 힘을 제거해도 다시 원위치를 돌아오지 않는 영역을 소성 영역이라 한다.


이쯤 설명이면 사람 관계와 연계가 가능 함을 쉽게 눈치챌 수 있지 않나. 사람의 만남 관계가 시편이라면 항복점까지는 탐색기간으로 서로 의견 충돌이나 다른 점이 있더라도 관계 회복이 되는 탄성 영역 내에 있게 되다 점점 세월이 지나 티격태격 싸우다 관계가 악화되어 항복점을 지나게 되면 더 이상 회복이 안 되는 소성 영역으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 소성 영역에 접어들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화해가 힘들어지고 악화되다 최고의 응력점까지 최고로 괴로워하다 결국 포기로 마음을 내려놓다 쉬이 파국까지 이른다는 끼워 맞춤이다.


중요한 건 항복점이다. 다시 회복하여 원위치 돌아올 수 있는 한계점. 그때 그때, 이분 저분, 이곳 저곳에 따라 너무나 다르고 틀린 우리들의 관계엔 상황에 따른 개개별 정답이 있을 수 없다했다. 상황에 따라 항복점을 넘겨 힘들어하고 그 결과 끝, 파단이 되기 전에 서로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를 통해 상호 존중, 조율, 보정해 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때론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겠지만 맞춰주고 가끔 고의적 패배도 필요하고. 자기만 옳다 주장하고 노력을 안하는 건 인생의 반칙.


엔간하면 항복점을 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항복점을 넘어가는 관계가 되어 다름을 극복하기 불가로 판단된다면 괜한 힘을 소비하면서 죽어라 힘들어하지 말고 과감히 조기 파단하는 게 인간관계론의 결론이 아닐까 싶은데. 전생에 원수였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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