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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pr 26. 2020

사진 이야기 3

오래된 필름 사용기

얼마 전부터 필름값이 하도 비싸져 신규 구입은 언감생심이어 여기저기 책상 서랍에 짱 박어 놓은 걸 사용해왔다. 문제는 식재료처럼 필름에도 제작사가 정해 놓은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


제작사 기준에 의하면 보관하고 있는 필름 모두 다 유효기간이 수년이나 경과하여 사용할 때마다 긴가 민가하는 찜찜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머 불안감이란 게 세빠지게 찍어 놧는데 이상한 형태의 결과물이 나오면 공들인 게 아까운 마음이 들까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 정성들인 필름 한통 날리면 정신이 혼미해하지 않을 해탈한 필름 쟁이들이 있을까.


이번에 사용한 필름의 주된 점검 목적은 두 가지, 아직 재고가 많기에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정이었다.

1. 오래된 필름의 사용 가능성.

2.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은 필름의 사용 가능성.


점검 대상 필름은 2006년 5월이 유효기간인 코닥 골드, 정체불명 코닥 영화용 250D, 년도 불명 아그파.

마루타 필름들

코닥 골드는 탁구장 회원님께서 몇 년 전 쓸모없다고 귀하게 쓰실 분에게 기증한 거고, 나머지 두통(two rolls)은 사정상 일시 사진을 접은 분에게 투척받은 것이었다. 어떤 방법이건 좋은 작품 내라 무료로 기증해 주신 거라 잘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이다.


통상 필름 보관은 전용 냉장고를 판매할 만큼 저온에 보관해야 한다는데 전용 냉장고를 구입하기에 집안 공간도 비용도 부담이라 대안으로 사진사들은 집 식료품 냉장고에 보관하는 쉬운 방법을 택하긴 하나 김치통에 우선순위가 밀려 간이 크지 않으면 무스븐 집 사모님과 대부분 타협이 불가하여 이리저리 대충 방치하게 된다. 점검대상 필름들은 미안케 시리 냉장고에 입성하지 못하고 적당히 방치된 넘들이다.


15년 된 코닥 골드


코닥 250D

 

아그파



세 가지 필름을 위해 수고 해준 사진기는 니콘 F6, 85mm 1.4D 렌즈에 노출은 모두 한 스톱 증가.


오래된 필름이라 예상대로 발색은 정상적이지 않아 누런 끼가 있고, 작은 사진에는 분간이 어렵지만 입자가 매우 거칠고 컸다.


냉장고 밖에서 세월에 묵히고 숙성되어 특이한 발색 나와도 거부감이 없거나 성격이 독특한 걸 선호하는 사진작가들은 현역 제품 이상으로 좋아할 듯 한 느낌이다.


확대 사진으로 사용하기에 입자가 크지만 적은 사진이 사용되는 SNS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긴한데 나중 사진집 출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가 될 듯하다. 하지만 가성비 따져 당장 즐김용으로 손색이 없겠다는 최종 점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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