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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pr 30. 2020

배 이야기 8

아라온 2019/20 남극 항해를 마칠 즈음

코로나 19 가 창궐하고는 처음 ktx에 올랐다. 순천을 거쳐 광양항에 가는 조금 긴 이동거리이다. 아직 열차라는 실내 공간이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도 않고 옆자리 승객이 어서 내리기를 속으로 바랬다. 아마 옆자리 여성 승객도 같은 속마음이었겠지만 결국 순천역에서 같이 내렸다.




오늘이 올해 남극 시즌을 마무리하는 날로 중요한 날이지만 그리 마음이 밝지는 않았다. 이번 시즌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하여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아라온호는 1월에 남극 해빙 충돌로 자력항해가 불가한 707 홍진호 구조가 있었고 3월에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 남극 마지막 연구 항차를 축소하고 축소해서 시행할 수밖에 없었고, 4월에 국내로 돌아오는 항로에는 하늘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는 국민을 수송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라발울항.어선원 탑승

당연히 국민의 위험과 어려움이 있다면 달려가는 일이 당연하고, 마땅히 그러해야 하지만 매번 아라온호가 움직일 때마다 얻는 가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잃어야 할 것도 있다.


아라온호의 임무는 크게 2가지, 남극해에서의 연구활동 지원과 장보고 과학기지의 물품 보급 활동이다. 그런데 매년 고유 임무 외에 돌발로 발생하는 남극의 119 역할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1년에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못해서, 운영자들은 새로운 일정 제시, 발생 비용의 처리, 애매한 보험약관에 보험사와의 지루한 논쟁은 따른다.

어쩌면 파푸아뉴기니에서 침몰 어선원 수송 임무가 없었다면 예년처럼 우리 팀이나 아라온 승무원 모두 마지막 귀항 길이 편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눈치 보여서 충분이 축하받을 날이었지만 감사 현수막에 꽃다발로 환영 자축행사도 못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이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선내 전파의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무섭고, 귀찮고, 싫었겠지만 내색도 하지 않고 선 듯 어선원 탑승에 허락해준 아라온 선장님 외 승무원들 세게는 솔직 고맙기도 미안해하기도 하다. 그 들과의 접촉으로 인해 180여 일 만에 돌아와도 누구보다 가족이 보고 싶을 것인데 질본의 지침대로 또다시 집에 가지 못하고 배 위에서 격리를 해야 하는 그 들에게 가혹한 조치를 한 것 같아 돌아서 짠 한 마음이 들었다.

아라온 선장님과 안타까운 거리두기 회의


거리 두기 입국 심사


아라온호만이 갈 수밖에 없는 항로에 우리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마땅히 해야 하고,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국가에서 부여한 남극, 북극에서의 고유임무 외에 계속 반복되는 119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아라온호 쇄빙선 한 척으로는 턱없이 운항 일정이 부족하다. 현재 쇄빙선 한 척 더 건조가 필요한 시점에 예타 준비 중이라 하니 잘 추진되었음 하는 마음이다.


아라온 승무원은 검역소 직원 발열 측정, 검역소 직원은 아라온 승무원 발열 측정을 하는 웃지못할 일도 생기고


이번일 후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사해야 할 분들이 더 추가되었다. 질본과 의료 종사자님들은 찬사와 칭찬을 받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더 하여 국민들을 잘 알려지지 않은 항공 전세기에 탑승하여 국민들과 함께 한 승무원들과 아라온 승무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음 했다.


아라온호 파푸아 뉴기니 고립 원양어선 선원 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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