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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y 03. 2020

배 이야기 9

외국어로 된 용어 바꿔보자 그래도 불편한가.

우리가 졸업하고 배어 오를 때 즈음에는 계몽 등의 교육에 의해 일본말로 된 배 용어들이 거의 사라지고 영어 용어가 대부분 사용되었다.


배를 타면서는 그러려니 하고 입에 베인 게 영어 단어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였고 굳이 또 그런 거로 시비를 걸거나 좋지 않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다들 개떡같이 애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까. 불편함이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쇄빙선이 건조, 인도되어 나오면서 운 좋게 아라온호 운영 책임자가 되었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이제 10년이 넘어 11년 차가 됨에 10년을 되돌아보면 배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에게 뱃일을 납득시켜 예산을 확보하고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름 시작한 것이 뱃말을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용어가 우리말로 이미 존재하고 있어 바꾸어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문제는 아라온을 관리하고 있는 회사와 아라온 선원들이었다. 하루아침에 강제로 바꿀 수 없는 노릇이라 조금씩 갑질을 해보았다.




Captain(선장), Bridge(선교), Port(좌현), Starboard(우현), Spec.(사양), Draft(흘수), Cargo hold(화물창), Hatch cover(화물창 덥게), Driver(추진기 조종장치), Bow thruster(선수 추진기), Ballast water(평형수), Bosun(갑판장), Bunkering(급유), Shifting(이동 접안), Route(항로), Anchorage(묘박지), Tug(예인선), Agent(대리점), ECR(기관조종실), Economizer(절탄기), Pilot(도선사), Gangway(현문), Dock(입거), Paint(도료), Tool(공구), Noon report(일일관리보고서), ETA(도착 예정시간), ROB(잔량), Speed(선속), Transceiver(무전기), Trial(시운전), Aground(좌초, 좌주), Poop(선미), Forecastle(선수)




우리말을 사용하기로 했을 때 처음 우리만 어색하였을 뿐, 비 전문가들이 쉽게 알게 되어 그 이후 여러 방면에서 일하기가 용이해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안될게 아니었다. 의지의 문제였지.


말이란 게 처음에는 이상하지만 귀에, 입에 익는다면 금방 친숙하게 되는 게 맞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도 처음엔 "재들 뭐야?" 그랬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익숙해졌다. 그렇다 보니 무엇보다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할 것인데, 의지가 없어 계몽 한번 하지 않는 현실은 우리말보다 사용하면 있어 보이고, 고상해 보인다고 믿고 있는 영어가 생명줄이 길것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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