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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May 22. 2020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것 아닌 것

모르는 게 약? 독?

무식하면 용감하고, 세상 삼라만상은 서로 모르면, 몰라 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




필름 사진을 하시는 분이면 오래된 아날로그 사진기에 대한 관심과 로망이 있습니다. 단연 그중 하나가 라이카(Leica) 사진기 이겠지요. 가끔 출사랍시고 라이카를 들고나가면 나만 뿌듯할 뿐 남들은 거의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 하였습니다.



오래전 골프장에서 있었던 웃픈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골프 문화가 외국에 비해 고급스럽습니다. 장비도 옷도 그러죠. 그날 동반자 옷에 P로 시작하는 상품명과 함께 설립년도가 어짜고 저짜고 하는 선전 영어 글씨가 심상치 않게 잔뜩 쓰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연 궁금하기도 했고 분위기 전환차 아무 생각 없이 복잡한 글이 머라고 쓰여 있는지 물었는데 전혀 대답을 안 하데요.


근데 옆에 있던 Y군이 분위기가 어색했던지 어쩌고 저쩌고 라고 읽어 주었습니다. 난 왜 Y군이 답변을 대신하였는지 눈치를 못 챘고, 더불어 모자에 영어 글이 궁금해서 집요하게 머냐고 물어보았지만 별 답이 계속 없었지요. 근데 전반 종료 후 썰렁한 분위기를 Y군이 알려 주어 상황 파악이 되었습니다. 명품 P 골프의류에 허리띠, 신발, 모자가 "구~""페~" 였는데 은근 자랑질의 효과를 기대했지 만 무식한 내가 몰라주어 삐졌다는 겁니다. 급 당황 후 후반에 수습하느라 개고생 좀 했습니다.




지나가는 옆팀 직원이 결혼을 앞둔 우리 팀 직원의 손목에 시계가 예사롭지 않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호기심에 한번 보쟀더니 팔 소매를 걷어 보여 주었습니다. 특별한 게 없어 보였지만 수백만 원 짜리라 했습니다. 결혼 예물로 한 고급 시계였는 지 전혀 나는 몰랐습니다.  알 턱이 없었죠. 옆팀 직원에게 혼 낫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른다면 그냥 사진을 찍을 때 성능은 발휘하는 사진기, 활동을 할 때 입는 그냥 옷 그리고 시간을 알려 주는 기계 즉, 시계 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가 라이카 사진기인 줄 알고, 명품 의류 인지 알고, 고급시계인 줄 알아야 비로소 자랑질과 부러움 그리고 과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 이었습니다.


계속 무식하니 용감하여 모르고 싶지만 세상에 물든 나도 어느덧 좋은 거 가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요동치니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오로지 마음이 지어 낸다"라고 합니다만 지어낸 마음이 어찌 선한 쪽이 아니라 욕심으로 치우치는지 세상 살기 힘들어지네요.


욕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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