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몸 따로 생각 따로인 체로 무의미하게 일을 하고 있을까 고민해본다. (그냥 나의 문제를 나열하는 것일 뿐 해결책은 적지 않기로 한다. 그저 모든 것이 시간이 흐르고 적응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자유로운 업무방식과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업무와의 충돌인 것 같다. 공장 업무란 것이 한번 기계가 돌아가면 몇 시간 동안 기계에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나 자신보다 기계 속에서 돌아가는 제품들을 더 챙겨야 한다. 물론 사고와 불량품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예전의 업무는 거래처들의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미팅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자유스러운 업무라고 해서 일에 집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유스러움 속에 더 많은 책임을 가져야 하고,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나의 머릿속은 예전의 업무 형태를 잊지 못하고 있나 보다.
두 번째는 내 근육들을 탓해본다. 170cm에 83kg 키에 비해 덩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의 사이즈는 씨름선수 급이다. 그들은 나보다 더 큰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고, 더 많은 시간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 곳에 몇 시간이고 서서 일한다. 그러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는 어떤가 보다 가벼운 물건도 낑낑 데며 다루고, 나이를 탓하며 중간중간에 휴식을 갖는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보내고 집에 도착하면 피곤하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루하루 근육통에 시달리다 보니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업무에 대해 후회가 밀려오고 그때마다 머릿속은 또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 경제적 자유와 독립 -
세 번째는 배움의 속도이다. 기계를 켜고 돌리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쉽게 생각했다. 기계를 다루시는 분들이 그 기술을 갖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과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는지를 너무 몰랐다. 기계라고 모든 것이 자동이 아니다. 사람의 손길로 미세한 조정을 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불량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을 사람의 손길로 제어해야 한다. 기계와 하나가 된 것처럼 함께 돌아간다. 함께 일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해주시는 부장님의 업무 스타일은 경이롭다. 하지만 나는 그 배움의 속도가 늦다. 아직도 업무파악을 다 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그들에게는 오랫동안 반복해온 일들이니 지금 시작한 나는 늦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빨리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배움의 속도를 다그치다 보니 나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자기를 위로하는 것 같다.
네 번째는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에서 오는 차이인 것 같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금전적인 문제부터 사람과의 갈등 문제 등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있었다. 그중에는 나의 실수로 인하여 일어난 일도 있었고, 내가 담당자였단 이유로 돌고 돌아 내가 책임을 져야 했던 일도 있다. 선의로 도와주고자 하였지만 상대방은 나의 잘못으로 몰고 가며 나의 문제로 만들어버린다.(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려야 금전적이든 심리적이든 편해질 테니 이해한다.)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그렇게 열심히 일하진 않은 것 같고, 아무튼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고 싶지 않아 진다. 와이프와 함께 둘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둘이서 돌아다니며 느낀 감정들로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작가를 꿈꿔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나는 화학약품을 만지며 손에 붙은 접착제보다 기계에 묻은 접착제를 더 신경 쓰며 문제없이 기계가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일을 하고 있다. 나의 머릿속 어딘가는 하고 싶은 일을 늘 생각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두 롤러가 맞대고 돌아가는 그 순간에도...
이런 이유들이 내가 공장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어찌하랴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적응을 하고 업무를 잘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름 고안해낸 것이 모방이다. 기계와 한 몸 같은 세명의 외국인들 중에 한 친구가 하는 일을 모방하고, 부장님의 기술을 배우진 못하더라도 따라 할 정도는 되기 위해 모방한다. 그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하다 보니 그들과 대화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대화가 조금씩 늘어나니 웃음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들의 하는 일에, 내가 하는 일에 조금씩 다정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