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작은 기쁨

by 철용

내게는 마케팅에 관한 내용을 쓸 지식도, 무언가를 자세히 설명할 무언가도, 팔 수 있는 지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행업을 하였으니, 여행에 관한 전자책을 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내가 일했던 여행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잘 아는 지역들, 잘 아는 호텔들 등 평범하고 많이 알려진 곳이었다. 어쩌면 일반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내용들로 전자책을 내었다면 수입은커녕 많은 욕을 먹었으리라...

한지역에 가서 느꼈던 감정들을 써야 하지만 내게는 그럼 감정보다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올까? 이 지역에서는 뭔가 팔만한 것들이 있을까?(여행 손님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쇼핑이다.)라는 것을 먼저 생각이 들었고 여행업을 했던 것에 대해서 전자책을 써보려 했던 마음을 접기로 한다.


희망으로 잡고 있었던 하나의 끈이 끊어졌다. 막막함에 하루하루를 접시 닦기와 서빙으로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었다. 접시를 닦는 그 순간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어느 날 저녁 와이프와 진지한 이야기를 했고, 와이프는 자신의 꿈을 키우기로 하고 사업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나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끈으로 잡고 있었던 희망이 날아가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와이프. 글을 써보라고 한다. 이야기를 했다. 크몽이라는 것도 알아보았고, 전자책이라는 것도 알아보았지만 수입을 얻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와이프는 돈 버는 것 말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보라면서 어디서 들었는지 브런치 사이트를 소개한다. 돈을 벌지 못하는데 뭣하러 글을 써야 하지(누가 보면 내가 엄청난 글을 쓰는 줄 알겠지만 형편없는 글을 그저 끄적이는 사람이다.)하는 생각에 브런치를 검색해본다. 뭐야 이것도 심사에 통과해야 하는 거잖아! 내가 통과할 수 있을까? 이봐 와이프 내가 통과할 수 있겠어?


한번 써보라고 한다.

작가님의 와이프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마음이 아려 온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잘 알아주고, 이렇게나 생각해주는데 나는 그녀를 위해서 무엇을 했을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와이프가 곁에 없었으면 눈물이 와르르 쏟아질 뻔했다. 나를 생각하지 않고 와이프를 생각해보며 글을 써보기로 한다. 소재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해야 했다.


와이프와 함께 했던 너무나도 좋았던 국내여행에 대해서 적어보기로 한다. 고민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여행지는 풍기로 정해졌다. 내게, 와이프에게,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적어내어 본다. 떨리는 마음으로 완성된 글 몇 자를 작가 신청글로 보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말을 보낸다. 덕분에 그 주말은 와이프와 오랜만에 신선하고 두근대는 대화를 나눠본 것 같다,


작가가 되다.

뭐지?

에이 이거 신청만 하면 다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닌 건가?

축하의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며 의심해본다. 와이프는 나보다 더 좋아한다. 친구들에게 동생에게 자랑한다. 나를 만나고 나와 결혼하고 살아온 지난 몇 년 동안 이렇게 좋아하는 와이프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농담 삼아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와이프의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행운보다 불운이 많았던, 기쁨보다 슬프고 우울함을 많이 느끼고 있던 이 1년여의 코로나 시대에 너무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내 몸속 피의 흐름이다.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건가 살아있음까지 느껴지는 기쁨이었다. 기껏해야 글 쓰는 사이트에 채택되어 그 사이트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뿐일 텐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 작은 기쁨이 나의 삶과 와이프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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