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호태누각 02화

2화 사람을 기다리다.

by 철용

공씨 어르신은 나에게 희망을 남겨주고 개경으로 돌아갔다. 나의 꿈을 사기 위해 사람을 보내겠다는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없는 자의 꿈을 헛된 농으로 생각하는 가진 자들의 못된 놀음인지 알 길은 없지만 일단은 믿어보기로 한다. 그동안 모아놓은 나의 꿈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꼭 이루어질 거라 다짐한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항구로 나가 사람들을 모으며 호객행위를 한다. 돈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이 없다. 이곳은 모든 것을 돈으로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벽란 도니까.

사실 공씨 어르신이 보낸다는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요즘 나는 공씨 어르신의 말에 정신이 팔려 일이 손에 잘 잡히지를 않고 있다. 공씨 어르신이 보낸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가 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내가 이야기를 잘하지 못해 없던 일로 하자면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통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한달즘 지났을까 공씨 어르신이 보내준다는 사람에 대해서 점점 무뎌지고 나의 본업에 다시 충실해져 가고 있다. 항구에 나가 호객행위를 하는 대신 원 내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객들이 묵었다가 돌아간 방을 정리하는 일이다. 이불을 모두 걷어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모아 두고, 청소를 하며 여기저기 흐트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아둔다. 이방 다음 방 그리고 또 다음 방. 한참을 일에 정신을 몰두하고 있는 와중에 낯선 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친근한 민주 누이와 함께 서있는 그는 틀림없이 공씨 어르신이 보낸 그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자네가 김우진 인가?”

“그렇습니다.”

“개경의 송상 공씨 어르신이 보내어 왔다. 이가라고 한다.”

“아… 사실이었네.”

나는 공씨 어르신이 준 것이 희망이었다가 점점 농이 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씨 어르신이 보냈다는 말에 나의 생각이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사실이라니?”

“공씨 어르신이 저에게 농으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 그분은 그럴 분이 아니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의 무게를 아시는 분이거든”

“네.”

“그래 너의 그 꿈이라는 것을 한번 보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잠시 따라오시지요.”

나는 전에 공씨 어르신과 만난 뒤뜰의 작은 정자로 그 사람을 데려가 잠시 기다리게 한 후 나의 꿈을 그린 그림들을 가져다 보여줬다.

“그래 이건 틀림없이 원나라의 건축 방법인 것 같다. 이렇게 위로 올려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는 것이냐?”

“모르옵니다. 다만 좁은 땅에 좀 더 많은 객들을 들이고자 하다 보니 이렇게 밖에 생각이 나지를 않았습니다,”

“이 건축물을 본적이나, 들은 바는 없이 너의 생각으로만 그려냈다는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당차구나 당차 하하하하”

그는 호쾌하게 웃으며 찻잔의 차를 술을 마시듯이 한 번에 비우며 이야기했다.

“이 그림들을 보니 제법 특이한 원이 되겠구나. 그래 이것이 지어지면 이문은 어떻게 얼마나 남길 수 있겠느냐?”

“이윤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여기 이 원만큼은 남기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장사치다. 이윤이 얼마라도 남아야 투자를 한단 말이지. 너는 꿈을 그려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실제로 운영하여 이윤을 남기는 것에는 어리석구나.”

“죄송합니다.”

그래 재물이 남아야 하지 않는가? 나는 바보같이 거기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구나. 나의 모자란 생각에 스스로 자책이 되어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하하 이게 사과할 일은 아니다, 모자란 부분은 채워나가면 될 일이지.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공씨 어르신으로부터 대강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허황되어 내게 농을 하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와서 너의 꿈 그림을 보고,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능히 이룰만하구나. 공씨 어르신께는 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감. 감. 감사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멀을 더듬고 말았다.

“나는 공씨 어르신으로부터 두 가지 봉투를 받았다. 하나는 너의 꿈이 이룰만한 일이라면 바로 일을 진행하는 것, 그리고 하나는 그 반대의 경우이고 네가 관심 있어 보인 야래향 나무의 씨앗이 들어있다.”

“내 바로 일을 진행할 것이니 너는 꿈을 더욱 자세히 그리도록 하라.”

“너무 감사하여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꿈이 될 수도 있고, 지옥 같은 생시가 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살펴보는 눈매를 보고 있으려니,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져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뜬금없이 공씨 어르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분의 얼굴이나 풍채는 묵직한 느낌을 주지만 지금 이 사람은 호리호리하면서 칼날 같은 날카로움이다.

‘참으로 꼼꼼한 사람이겠구나. 그러니 공씨 어르신 같은 분의 신뢰를 저리 받을 수 있는 거겠지.’

홀로 생각하며 마치 취조를 받듯이 이 사람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얼마간의 질문과 답을 마치고 저녁시간이 다되었다. 예전에 공씨 어르신이 오실 때면 늘 묵었던 방으로 안내하고, 나는 다시 원의 일꾼으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다리는 떨림을 멈추지 않고, 등에서는 찬기운의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땀이 몇 방울씩 흐른다.

아침이 되고 돌아가려는 사람을 배웅하려 그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은 잘 잤느냐?”

“저는 해가 조금 더 뜨면 잠을 자러 갑니다. 요새는 제가 밤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몸이 상하지 않도록 잘 살피도록 해라.”

“네”

“나도 밤새 너의 꿈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이룰 것인지 고민했다. 시일은 아무래도 꽤 오래 걸릴 것 같구나. 그냥 누각만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도 벽과 벽 사이에도 여러 가지 시설물이 들어가야 할 것 같으니. 공사기간이 1년여는 걸릴 것 같은데 괜찮겠느냐?”

“오랜 시간을 꿈꿔왔습니다. 1년이면 제게는 촌각과 같습니다. 그저 어르신과 이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래 이미 누각을 지을 터는 내가 오기 전부터 알아보고 있었다. 조만간에 터가 정해질 것이고, 내 너를 보고 확신을 하였으니, 공사는 바로 시작하면 될 일이다. 많은 목수들이 이곳을 찾아올터이니 잘 보살펴주도록해라 나는 여러 가지 공사 자제들을 구하여 다시 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할 사람들은 찾아보았느냐? 모든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누각이 지어지는 동안에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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