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호태누각 05화

5화 好泰樓閣 호태누각

by 철용

여태 입을 열지 않던 아가씨가 처음으로 말을 꺼내자 공씨 어르신은 흡족한 듯이 껄껄껄 웃으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누각과 이씨 선생님과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문 앞에 나와 공손히 마중하는 희선과 중기의 인사를 받고 이내 그들의 안내를 받아 누각의 1층에 있는 접대 장소로 향한다. 이곳은 객들이 차를 마시기도 하고, 다른 벽란도의 주민들, 상인들이 만나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술을 마실 수도 있게 만든 다점과 주점이 있다. 물론 이곳의 차들은 모두 공씨 어르신의 상점에서 구입하기로 하였다. 미리 준비한 탁상에 앉은 공씨 어르신에게 이곳저곳의 시설들을 설명하고 있을 때, 갑자기 말을 끊고 어르신께서 물었다.

“그래 어차피 이선생과 자네가 신경 써서 만들었다면, 내 이곳에서 묵어보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지 않겠나? 굳이 그렇게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다만 궁금한 것이 있다. 이곳의 이름은 뭐라고 부를 텐가? 생각해본 것이 있느냐?”

“네.”

“무엇이냐?”

“好泰樓閣(호태누각)입니다.”

“좋고 편안하며 넉넉한 누각이라는 뜻이더냐?”

“그러하옵니다.”

“허허허허 허. 과연 너다운 작명이다. 호태누각이라. 호태누각. 허허허 허”

“어떠하냐?”

“아버님께서 일찍이 말씀해주신 누각을 짓는 취지와 비슷한 이름이옵니다. 호태누각 과연 이름대로 좋고 편안하고 넉넉한 곳인지는 묵어봐야 알 수 있겠나이다.”

“그렇겠지”

아버님? 딸이었구나. 공 씨 어르신께 자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어찌해보지 못했을까?

아버님이라 부르는 모습에 약간은 놀란 나의 모습을 보며 공씨 어르신께서는

“놀란 모양이구나. 나의 여식이란다. 내가 너의 꿈 이야기를 듣고 이 누각을 짓는다 하니, 여식이 여간 궁금해해서 말이지. 안 데려올 수가 없었단다.”

“그리고 이선생은 개경에서 나의 일을 봐줘야 해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다. 선생은 내일 아침 나와 함께 개경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투자를 하였으니, 이곳은 너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것이기도 하다. 나의 사람을 한 명 두어 관리를 하려 하는데 괜찮겠지?”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그래 그이가 바로 나의 여식이다. 이 녀석이 어릴 적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배우더니, 어느새 장부를 작성하기도 하고, 제법 말공부도 많이 하여 왜의 말과 중국의 말을 모두 할 줄 아니 도움이 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너도 나의 딸이라 생각지 말고 이곳에서 누각의 주인과 함께 잘 운영해보도록 해라”

“네. 아버님.”

낮으면서 강단 있어 보이는 목소리가 영락없이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모두들 밤새 술과 차를 마시며 호태누각의 운영 방법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남녀의 구별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별도 신분의 구별도 없는 동등한 위치에서 열띤 의견을 내는 모습이 이곳 호태누각의 이상과 닮은 것 같았다. 공씨 어르신과 아가씨, 이씨 선생님은 각자의 방으로 가서 누각의 첫밤을 보냈다. 나와 직원들은 그들이 편안하게 보내지 못할까 걱정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이 밝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한 전복죽과 차로 부담스럽지 않은 아침 식사를 준비해내었다, 조금 지난 후에 첫날밤을 묵은이들이 각자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찌 편안한 밤을 보내셨습니까?”

“그동안 내가 숱한 방에서 잠을 청했지만 이렇게 편안한 잠은 처음이다. 침구는 푹신하였으며, 미끌미끌한 따뜻한 물은 마치 온천물에 몸을 담근 것 같았다.”

“화장실 또한 신기합니다. 각방마다 있는 것도 신기할 뿐 아니라. 냄새 또한 나지 않았습니다.”

“방에서는 보는 밤바다의 운치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바다에 비치는 달과 별의 모습이 마치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듯하였습니다.”

모두들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각방에 있는 화장실에서는 밖으로 연결되어 오물이 모두 밖의 지정된 곳으로 모이게 되어있습니다. 매일 뜨거운 물로 청소를 하여 냄새를 잡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욕실의 뜨거운 물은 해수를 이용하여 피로를 풀게 하였습니다.”

개별적인 독립적인 공간에서 푹 쉬며 피로를 풀 수 있게 하는 방 이것이 호태누각의 자랑이다. 그냥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먼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여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던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후 공씨 어르신과 이씨 선생님은 개경으로 돌아갔다. 그들을 마중하고 호태누각으로 돌아와서 언제부터 본격적인 객잔으로 영업을 할까 의논을 하였다. 각자의 의견이 나오고 결국엔 3일 후부터 영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요리사는 식재료 준비에 신경을 쓰고, 침구류 빨래 담당, 청소 담당 등 각작의 맡은 업무에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를 하기로 했다. 앞마당에 나와 이곳저곳 조경된 곳을 둘러보며 잡초를 뽑고, 벌레 먹은 곳을 정리하고 있때 어디선가 나타난 아가씨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이곳은 내가 보기에도 훌륭한 객잔 같소, 특이한 방구조부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따뜻한 물까지 처음 경험해본 것 투성이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소. 이 누각의 방 사용료를 얼마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하… 아직 생각해보지를 못했습니다.”

“3일 후면 누각이 영업을 시작합니다. 어찌 그리 태평한 소리를 하십니까?”

“얼마를 생각하면 좋겠습니까?”

“지금 현재 고려의 화폐는 정확한 개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쌀이나 재물이 더 교환의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객들의 재물 중 일부를 받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재물 중 일부를 받으면 그것을 다시 팔아야 하고, 두 번 세 번씩 일이 더 발생할 것 같습니다. 은병을 쓰는 것이 어떠할는지요? 원나라에서도 은병을 쓴다고 합니다.”

“은병을 쓰는 것이 좋긴 하겠지요 하지만 은병에 들어가는 은의 함량이 매우 틀리다고 합니다. 불량 은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전에서도 은병보다는 재물로 교환하는 일이 많다고 하니, 차라리 객들의 재물 중 일부를 받고, 그 재물은 다시 개경의 아버님께 보내어 판매하고, 이곳의 부족한 부분으로 받아오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흠 역시 아가씨의 생각이 깊습니다. 아가씨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많은 거래를 보다 보니, 매사에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는 것 같다. 가끔은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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