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호태누각 04화

4화 임시개장

by 철용

심드렁하게 대답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떡하지? 그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

항상 민주 누이가 그 일을 대신해준 터에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멍충아”

“아, 큰일이다. 큰일”

둘이서 밤새 ‘멍충아’,‘큰일이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해가 뜨고 잠은 잔 건지 못 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몽사몽 한 상태로 바로 민주 누이에게 뛰어갔다.

누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 보고자 했다.

“누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누이는 또 말이 없이 가만히 있는다, 그저 옅은 미소와 함께, 혹시?

“혹시 누이가 함께 하려는 생각을 그리 미소를 짓는 겁니까?”

“아니다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 어찌 이리 심각한 문의에 그리 웃음을 머금는 겁니까?”

“희선이를 잊었느냐?”

“희선…이. 희선……?”

“그래 저기 비단 상인 박 씨의 딸내미 말이다.”

“희선이가 아비를 따라 왜는 물론이고 송나라 원나라 안 가본 곳이 없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기도 해서 제법 그 나라 말들을 한다고 하더라”

“그. 래. 요.?”

“왜 그리 더듬느냐? 아직도 희선이가 너를 좋다고 쫓아다닐까 봐 걱정이냐? 하하하하”

“누이 놀리지 마시오,.”

어릴 적부터 그저 동생으로만 알아온 희선이다. 비단 장사꾼인 아비 덕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고는 들었는데, 말까지 할 수 있다니, 어리게만 봤는데 제법이었다.

다만,

“오라버니~!!! 이제야 찾아오셨소? 내 이제나 저제나 언제 오실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지 않았겠소?”

“왜?”

“민주 형님이 그럴 거라 하더이다.”

“민주 누이가”

“응, 오라버니가 뭔가 큰일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고 희선이 네가 크게 도와줘야 할 것 같다나 뭐라나 하하하하하”

“………”

왠지 민주 누이의 큰 배려에 눈물이 살짝 흐르려고 한다.

“그렇게 감동스럽수? “

하지만 말괄량이 같은 이 녀석을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하도 왈가닥 같은 성격이라 외국에서 생활하면 조용해질까 싶어 데려갔는데 그곳에서 조차 골목대장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 말은 또 어찌나 빨리 배웠는지.

“그래 나와 함께 일을 해보겠느냐?”

“그럼... 내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게요?”

“염원이라니?”

“오라버니의 안사람이 되는 일이요.”

“아이고 욘석아 농이 지나치다.”

희선과의 대화를 마치고 중기가 기다리고 있는 나의 처소로 돌아왔다. 희선과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중기는 놀리듯이 희선을 재수 씨라 부르겠다 하지만 놀림받는 것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진행되면 공사는 끝이 난다고 이씨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다. 그에 맞추어 개장일을 정하고, 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함께 내어주셨다. 나는 함께 하기로 한 친구들을 소개하며, 걱정 말라 장담하였다.

중기와 그의 동생들은 누각의 호위와 경비를 맡기로 하고, 희선은 객잔에 나와 객들을 응대하며 맞이하기로 하였다. 물론 약간씩의 사람들은 더 모집하기로 하였다. 중요한 음식 담당은 민주 누이의 도움으로 예전에 일했던 원의 요리사를 추천받아 함께하기로 하였다. 이제 내일이면 공사는 끝나고, 민주 누이의 조언데로 가상 개장을 해보기로 하였다. 얼마 전에 이씨 선생님께서 공씨 어르신께 공사가 마무리될 날짜를 알려드렸고, 공씨 어르신도 그 날짜에 맞추어 방문하기로 하였다.

내일인데, 무척 긴장된다. 희선, 중기와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각 방마다 돌아다니며 침구류 등과 시설들을 점검하고, 앞마당과 뒷마당의 시설들도 모두 꼼꼼히 가동해보며 문제점을 찾아본다. 하… 미치겠다. 검사를 할 때마다, 점검을 할 때마다 문제점이 하나씩 보인다. 이씨 선생님과 모두들 머리를 맞데며 하나씩 고쳐나가기에는 문제가 많으니, 몇 개씩 시설 단위로 묶어 한번에 고쳐나가기로 한다. 이것은 공씨 어르신도 잘 이해해 줄 것이라며…

공씨 어르신이 도착하기로 한 아침이 밝았다. 나와 이씨 선생님은 항구로 나가 공씨 어르신을 마중하기로 하고, 중기와 희선은 객잔에서 맞이하기로 한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이내 공씨 어르신의 배가 보이고, 화려한 짐들과 각종 물품들을 실은 수레들이 줄줄이 하역된다. 항구의 짐꾼들이 이내 우리 누각으로 실려 보낼 준비를 하고, 조금 후에 진중해 보이는 의복을 갖춘 공씨 어르신과 화려함을 뽐내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함께 배를 내려온다. 나와 이씨 선생님은 공손히 예를 갖추고 인사한다.

공씨 어르신은 인자하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넨다.

“이제는 제법 누각의 주인태가 나는구먼. 허허허 허”

“그간 이선생도 수고하셨구려. 그래 누각은 어떻소이까?”

“제법 훌륭합니다.”

“이선생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허허허 허, 어서 가봅시다.”

공씨 어르신과 아가씨를 태운 가마가 앞서 나가고, 각종 짐을 실은 수레가 뒤를 따른다. 이씨 선생님은 어르신 일행을 보좌하며 걷고, 나는 짐들을 따라 걷는다.

얼마를 걸었을까? 앞에는 7개 층으로 올라간 누각이 우뚝 솟아 보이고, 기다란 담으로 둘러싸인 나의 꿈이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제법 근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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