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님은 누가 될까?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이 먼저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모두들 항구로 나간 우리 호객꾼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호객꾼이 손님을 모셔오면 희선이 나서서 흥정을 하고 방을 내어주기로 한다. 일이 바쁘면 아가씨도 일을 도와주기로 하였다.
드디어 호객꾼이 첫 손님으로 송나라 상인을 모셔왔다.
원나라 상인은 특이한 모습의 누각을 보고 내심 놀란 눈치였다.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호태누각이라고 하는 객잔입니다. 편히 쉬었다가 돌아가실 수 있지요.”
“다른 원과 어떤 점이 틀린지요?”
“각자의 방이 따로 있고 외부로 나올 필요 없이 모든 것이 방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식사도 미리 말씀만 하시면 방으로 올려다 드리지요. 한번 방을 보시겠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따라오시지요.”
방을 구경하고 난 후 원나라 상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장사꾼으로 이나라 저나라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곳은 보지를 못했소이다. 화장실마저 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니?”
“네. 이곳은 손님을 위해서 늘 따뜻한 물을 데우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씀만 해주시면 바로 욕조에 물을 채워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닷물을 데우는 것이기에 피로를 푸는데 더없이 안성맞춤이지요”
유창한 희선의 말솜씨와 특이한 방을 보고 난 원나라 상인은 이미 이곳을 숙소로 삼으려 마음먹었다.
“내 이곳에서 머물다 돌아가겠소이다. 얼마를 지불해야 하오?”
아가씨가 이때다 싶어 한발 나서며 이야기한다.
“벽란도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물건의 일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탈이 나거나, 불량한 재물들은 안되지요.”
“아. 그렇소이까? 그렇다면 내가 교역하러 가져온 비단과 약재를 준비해드리겠소. 내가 갈 때까지 만족하면 약재로 준비한 것 중에서도 진귀한 침향을 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침향은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가씨의 자신만만함에 원나라 상인은 내심 만족했는지 약재와 비단을 내어주고 자신이 원한 3층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그의 옷가지 등을 넣은 가방은 중기가 데려온 동생들이 들고 뒤따라 갔다.
“짐까지 들어주다니 그대들의 친절함에 이미 여독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나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걸 보니 기분 좋은 말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첫 손님을 받고 나서 모두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다음날 그 손님의 반응이 무척 기다려지며, 또 다른 손님들의 방문을 더욱더 학수고대하게 되었다.
아침이 되었고, 손님이 내려오는 것 같은 인기척이 난다. 희선은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손님의 얼굴을 먼저 살펴본다.
“좋은 아침입니다. 손님, 편안하게 주무셨나요?”
“하하하”
호탕한 손님의 웃음소리에 희선은 이제야 긴장을 풀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크게 웃으시는 걸 보니 괜찮으셨나 봅니다.”
“그렇소, 방 안에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잠을 청하니 그야말로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지 뭐요? 하하하.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푹 잘 잤소이다.”
“다행입니다. 그럼 이제 아침식사 장소로 모시지요.”
“따로 있는 것인가요?”
“네. 저희는 손님의 편안한 식사를 위해서 원하신다면 방으로 직접 올려드리기도 하고, 이곳 식당에서 따로 차려드리기도 합니다.”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하하하하. 내 이곳의 좋은 시설과 편안함과 친절함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것이오, 하하하하하”
“그래 주신다면 저희는 더더욱 감사드릴 뿐입니다.”
희선의 발랄한 말투와 살짝살짝 보여주는 미소 때문인지 원나라 상인은 더더욱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곳의 일꾼을 따라가면 큰 누각이 나온다. 멀리서 보면 다른 어떤 건축물보다 우뚝 솟은 것이 그 웅장한 자태를 가히 비교할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일꾼들이 어찌나 친절하게 반겨주는지, 마치 고향의 어머니 집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그들은 우리들에게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밥은 식당에서 먹을 것인지, 방에서 먹을 것인지 묻는 것이 어머니가 자식들을 대하는 것 같다, 방은 또 어떠한가? 가방을 들어주며 앞장서는 일꾼을 따라가면 각 층마다 방들이 나오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태까지 묵었던 방과는 너무도 다르다. 큰 침상이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와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보이는 경치가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게 한다. 또한 그 방에 욕조라는 게 있는데 위의 걸개를 올리면 따뜻한 바닷물이 항시 줄줄 흘러나온다, 그 바닷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대식국에서 왔든, 중국의 어느 나라에서 왔든, 모든 피로가 한 번에 풀리는 듯하다. 장사를 그만두고 그냥 그 방에 몇 날 며칠 가만히 있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그런 곳이 있습니까?”
“벽란항에 나와있는 호태누각의 일꾼을 따라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