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호태누각 07화

7화 새로운 일꾼

by 철용

원나라 상인의 좋은 소문 때문인지 호태누각의 일꾼을 찾는 이는 점점 늘어났고, 더 이상 호객을 하지 않아도 손님은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누각 안의 식당과 다점과 주점들도 입소문을 타서인지 이곳에서 만남을 갖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이니, 이곳의 일꾼들도, 벽란 항구에서 일하는 일꾼들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손님들이 이렇게나 늘어나니 각각의 장소에 일꾼들을 늘려야겠습니다.”

나는 아가씨와 중기, 희선이 있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래야 합니다. 저희는 몸이 두 개 세 개가 되어도 모자랍니다. 잠을 하루에 몇 시간도 못 자니 늘 눈꺼풀이 무거워 손님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

퀭한 눈을 비비며 희선이 말했다. 피곤함에 쩌든 모습 때문인지 예전의 발랄한 말괄량이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진 듯한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희선의 역할도 중요하니, 제가 그 역할을 도와 저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우선 각 처소의 부족한 인원을 헤아려보고, 그 자리에 필요한 인원을 개경의 아버님께 이야기해서 충원을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가씨 또한 일꾼의 충당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것 같다. 하지만...

“좋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일꾼들의 충원을 굳이 어르신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개경에서 인원을 충당해오면 이곳에 또 다른 숙소를 만들어야 하고, 이곳의 사정들을 잘 모르는 이가 어떤 문제라도 만들까 걱정이 됩니다, 차라리 이곳 벽란도에 사는 이들로 인원을 충당해 봄이 어떨까 합니다.”

“아버님이 추천해주는 개경의 일꾼들을 모두 훌륭한 인재들입니다. 그들은 금세 이곳의 흐름을 파악할 것입니다,“

“벽란도에 사는 이들 또한 훌륭합니다.”

“그런 말다툼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이곳은 다른 원들과 다른 곳이니, 좀 더 능력 있는 이들로 구성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나 또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났고, 이 호태누각은 능력 있는 이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한 이들로 구성될 것입니다.”

아가 씨와이 대화가 점점 격해지자 아가씨는 기분이 안 좋아졌는지 자리를 박차고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말았다.

하루하루 손님이 늘어날수록 손님들에게 동냥하는 이들도 호태누각의 입구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중기야. 이 부랑자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니?”

“글쎄다. 쫓아내는 거야 동생들을 시켜서 하면 되는데 이들이 다시 오지 않을까?”

“그렇겠지. 동냥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이들이니.”

“그렇다면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삯을 주면 되지 않겠소?”

대뜸 끼어드는 희선의 말에 중기와 나는 깜짝 놀라 동시에 물었다

“일?”

“그렇수. 모아뒀던 똥을 치우는 일이나, 상한 음식들을 버리는 일들은 지금 일꾼들도 꺼리는 일이오니 부랑자들에게 시켜 치우게 하면 어떻소?”

“아. 네 말이 그럴듯하다.”

“그런데 손님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저들도 깨끗이 씻기고, 의관을 갖춰 입으면 사람다울 것이다.”

“중기는 저들이 머물 처소를 구해보고, 희선은 저들이 몸을 깨끗이 씻을 수 있게 준비해주고, 입을 의관도 준비하도록 해라.”

“처소라… 처소… 어찌해야 할까? 지금 일꾼들이 머물고 있는 처소에는 당장에 반발이 심할 것 같다.”

“그렇겠지. 우선 누각 근처의 빈집을 찾아보도록 하자. 아니면 근처의 작은 주막을 빌려서 한 달에 얼마씩 준다고 해보자. 그들이 부랑자의 티를 조금이라도 벗겨낸다면 우리 일꾼들도 그들을 받아줄 것이다. “

“그래. 알겠다.”

“그럼 미안하지만 저들을 뒷마당으로 좀 불러다오.”

“그래”

나 또한 어릴 적 거리의 부랑아로 자라났기에 저들의 고된 삶을 알 수 있었다. 기회를 준다면 그들도 각자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웅성웅성 거리는 틈을 지나 그들의 앞에 선다. 중기와 그의 동생들은 혹시나 내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주변을 살펴보며 서있다. 마치 고관대작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나는 여러분들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어 이리로 모이라 했습니다. 손가락질당하며 부랑자의 삶을 계속해서 살고자 하는 이는 이곳을 나가도 좋소. 함께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은 줄 것이오 다만 이곳의 주변에는 있을 수 없소. 하지만 여러분의 삶에 어떤 티끌만 한 꿈이라도 있다면 나와 함께해주시오. 비렁뱅이의 삶이 아닌 정당한 일을 하고 삯을 받게 될 것이오.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게 손가락질하지 않게 해 줄 것이오. 그리고 그 티끌만 한 꿈이 싹 틔울 수 있도록 땅이 되어 줄 것이오.”

또다시 한참을 웅성웅성하다가 한 사람이 물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비렁뱅이가 된 것인데 “

“정녕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비렁뱅이가 된 것이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된 것이오?”

“세상 어디에도 여러분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잠시 여러분의 삶에 큰 시련이 닥쳐 못하게 된 것일 뿐이지 여러분은 각자의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의기소침해하던 이들 속에서 갑자기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우리가 못할게 뭐가 있냐? 돼지우리에서 잠을 자도 비만 피할 수 있으면 좋아하지 않았던가? 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어찌 마다하겠느냐? 어떤 일이든지 시켜만 주시오. 대신 사람답게만 대우해주시오.!!!”

“물론입니다. 이곳에서 저희와 함께 하는 순간부터 여러분들은 우리의 식구들입니다.”

일부의 부랑자들은 희선이 안내하는 데로 씻기 위해 따라갔다. 따뜻한 바닷물에 몸을 불려 그간의 때를 벗겨내고, 그간의 슬픈 냄새를 지워내기를 바란다.

중기는 또다시 부랑자의 삶을 선택해서 떠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내게 말을 건다.

“저들은 왜 저 삶을 다시 선택했을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겠지. 오랫동안 몸에 배어온 삶을 벗어낼 용기가 없었던 게야.”

안타까운 듯 부랑자들을 바라보며 중기와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래도 약속이니 저들에게 시간을 정해서 남은 음식을 나누어 주도록 해라. 대신에 이곳 주변에는 얼씬하지 못하도록 하고, 약속은 약속이니”

“알겠다.”

이 모든 것을 아가씨는 누각의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어찌하여 나의 의견은 무시하고, 저들을 일꾼으로 부리기로 하였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아가씨의 의견에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왜지요?”

“저들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들도 부랑자의 삶을 살기 싫어하고 어떻게든 일반의 백성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변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간의 익숙한 삶을 버리고 이곳에서 일하려 하지 않습니까? 저들은 자신을 둘러싼 벽을 부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려 합니다. 저는 오히려 저들이 다른 어떤 이보다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지켜볼 것입니다. 또한 이 모든 상황은 아버님께 알려드릴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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