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아주 작고 사소한) 7화

분노를 기록하는 건 쉽지만, 멈추는 건 어렵다

by 철용

나의 작고 사소한 분노는 회사에서도 끓어오른다. 직원이라 해봐야 손에 꼽히는 작은 회사인데, 왜 저렇게 얄밉게 구는 걸까.

부장이라는 사람은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를 받지도 않고, 자기 일이 떨어지면 은근슬쩍 나에게 떠넘긴다. 대체 뭘 하는 사람일까.


‘그래, 오늘은 당신 차례군요. 이 부장.’


나는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에 그를 향한 글을 적기 시작했다.


- 머리는 짧고 곱슬거리며, 숱은 이미 텅텅 비어 가고 있는 이 부장. 당신은 왜 출근만 하면 온종일 걱정만 늘어놓는 걸까요? 왜 내게 코인 이야기만 하는 걸까요? 회사가 그렇게 걱정되면, 제발 일을 하세요. 거래처도 좀 나가고 영업도 좀 하세요. 당신이 총괄 부장이라면서요. 걱정만 하라고 앉혀놓은 자리는 아니잖아요. 제발, 본인의 타이틀에 걸맞게 움직이시길. -


나는 씩 웃으며 마무리했다.

‘좋아, 응징의 시간이다.’


- 응징의 지령. 오늘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를 모두 당신이 직접 받으시오. 그리고 본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A4 용지 다섯 장에 빼곡히 작성해 제출하시오. 앞뒷장 꽉 채워서.-


“후... 아직은 좀 약하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 부디 반성 좀 하고 변해봅시다, 이 부장님.”


나는 모니터에 띄워진 블로그 구독자 수를 확인했다.

‘응...? 겨우 이 정도...? 내가 글을 못 쓰나?’

실망감이 밀려왔지만, 애써 위안했다.

‘뭐 어때. 내 만족으로 쓰는 건데. 구독자가 늘든 말든.’


그러다 눈에 띈 건 첫 댓글이었다. 그것도 비밀 댓글.


“분노를 기록하는 건 쉽지만, 분노를 멈추는 건 어렵다.”


나는 한참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뭐야, 나 아는 사람인가? 아니겠지. 그냥 내 글 보고 남긴 댓글이겠지.’

그저 하나라도 달린 댓글이 반가웠을 뿐이었다. 그 문구가 앞으로 닥쳐올 사건의 그림자라는 사실은,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그 후 몇 주가 지났다.

나는 늘 하던 대로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거래처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고, 아내와 차를 마시거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모든 게 평범했다.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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