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요, 똘아이씨
김민주 기자는 다시 경찰서로 향했다.
“성형사님~ 이거 재밌겠는데요? 나 이거 파볼 거야!”
“아, 제발... 나도 힘들어 죽겠어. 저 뒤에 있는 이 형사랑 놀아.”
“아 형님~ 저도 바쁘거든요! 아, 그리고 그때 그 훈련소 다녀왔다는 분, 또 왔다 갔어요.
아직도 못 찾았냐 고...”
성형사가 한숨을 내쉰다.
“계속 없다 그래... 귀찮아 죽겠네.”
“훈련소? 그게 뭐야? 이 형사, 이리 와봐.”
후배 형사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 몇 주 전에 어떤 여성분이 납치를 당했다면서 신고했는데... 이게 좀 웃겨서요...”
“뭔데? 빨리 말해, 오줌도 참고 있는데 안 말하면 그냥 여기서…”
“알았어요! 1박 2일 동안 납치를 당했는데... 군대 훈련소 캠프에서 제식훈련을 받고 왔다는 겁니다.”
“... 뭐라고? 납치당했는데 훈련을 받아?”
“네. 그리고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줬답니다.”
김민주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아까 ‘걷기 납치’ 피해자랑 같은 놈이잖아?”
“저희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그래서 또 CCTV 돌려봤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그 시간에만 카메라가 다 먹통이더라고요.”
“호오... 점점 흥미로워지네. 사건 기록 좀 줘봐요.”
“김 기자, 진짜 왜 이래~ 얼른 가봐! 화장실 안 마려워?”
성형사가 억지로 농담을 던지며 후배 형사를 끌고 나간다.
김민주는 싱긋 웃었다.
‘그래, 짭새들아. 나는 재밌는 글빨로 이 사건을 살려줄 테니... 두고 보자고.’
신문사로 돌아온 김민주는 후배 기자에게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야, 이게 말이 된다고 보냐? 납치를 해서 군대 훈련을 시켰대. 또 어떤 사람은 그냥 걸어 다니게만 했고.”
“신종 똘아이 범죄네요?”
그때 옆자리 기자가 끼어들었다.
“어? ○○경찰서에도 비슷한 사건 있었어. 피해자가 납치를 당했는데... 몇 시간 동안 의자에 본드로 붙여놓고 앉아있게만 했대.”
“... 뭐라고? 이거, 같은 놈 짓 아니야? 담당 형사 누구야?”
김민주의 눈이 반짝였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좋아. 얼른 만나봅시다, 똘아이씨.’
□□신문사 편집장실.
아침 일찍 출근한 김민주는 편집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정치부 애들이랑 또 술 처마셨겠지. 늦기만 해 봐라...’
편집장이 들어서자 김민주는 의자에 앉은 채 곯아떨어져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야, 김 기자. 주인 없는 방에서 뭐 하는 거냐? 네가 편집장이야?”
“아니 또 몇 시까지 술 퍼마신 거야? 집엔 들어갔어?”
“아, 너 대체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반말이냐. 내가 편집장이야!”
“아! 됐고. 저 기획기사 하나 씁니다. 승인해 줘.. 빨리...”
“네가? 무슨 기사? 아니야, 쓰지 마. 그냥 네 하고 싶은 거 그런 거나 짧게 써.”
“아니라니까! 이번엔 대박이야. 납치범 얘긴데—군대 훈련을 시키고, 걸음마시키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이런 미친 납치범이 어딨어!”
편집장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 뭐라고? 야, 김 기자. 너 소설 쓰지 말고 그냥 기사 써.”
“아 진짜라니까요! 피해자도 만나봤어요. 테이저건으로 납치했다는 거, 똑똑히 들었단 말이에요!”
편집장은 코웃음을 친다.
“이게 미쳤나... 직업 바꿔라. 그냥 소설가 해.”
김민주는 이를 악물며 맞받았다.
“선배, 잘 들어봐. 납치는 납치야. 그런데 피해가 없어. 훈련시키고, 걸음마시키고, 종아리 때리고... 이상하잖아? 지금 ○○경찰서, **경찰서, ▲▲경찰서에서 비슷한 신고가 줄줄이 들어오고 있다니까요. 이거 기사감 맞잖아!”
편집장은 잠시 김민주의 눈빛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네 맘대로 해라. 대신 이번에도 사고 치면 끝이다. 알았냐?”
“오케이, 딜~! 고마워요, 선배~!”
편집장은 고개를 젖히며 중얼거렸다.
“이럴 땐 또 ‘선배’지... 아휴, 이년아.”
편집장실을 나온 김민주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나이스. 드디어 내 사건이 나타났구먼. 기다려요, 똘아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