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아주 작고 사소한) 8화

퍼뜨리기

by 철용

“야, 이거 봤어?”


“어제 그거 떴다며? 와... 진짜 속 시원하더라.”


직장 한 구석, 작은 카페 테이블, 술집에 모인 젊은 무리들.

그리고 SNS를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기묘한 영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에이, 이거 짜고 치는 거 아니야?”

“그냥 어그로 끌려고 만든 거겠지.”

“아니, 얘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걸 올리겠냐?”

“... 그렇긴 하네.”


유명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퉈 공유하면서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어느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한 여자가 울며 제식 훈련을 받고 있었다. 복면을 쓴 조교가 다그쳤다.


“우향우! 좌향좌! 앞으로 나란히! 무릎 앉아!”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군대에서 해봤을 구령. 그런데 그걸 혼자, 여자 한 명이 받고 있었다.

영상 아래 자막이 깔렸다.


- 모두가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릴 때, 이 여자는 줄도 서지 않고 뒷문으로 먼저 올라타 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교양을 무시한 얌체 같은 여자. 그녀에 대한 참 교육 중. 그녀의 변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버스 정류장에서 확인하라. -


그녀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었지만, 누가 봐도 조작된 장면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새로운 영상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의자에 본드로 붙어 괴로워하는 남자.

-종아리를 10대 맞고 비명을 지르는 남자.

-스마트폰을 들고 고개도 못 든 채 운동장을 빙빙 도는 사람.

-좁은 방에서 몇 시간 동안 떠드는 소리에 시달리는 사람.

-그리고 어느 사무실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의미 없는 전화를 받으며 무언가를 빼곡히 적어 내려가는 사람….


영상은 점점 더 기묘해졌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인터넷 매체들이 앞다투어 소개하면서 파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찰서.


“형님, 보셨어요? 지금 난리입니다.”

“응, 보고 있다. 잠깐만… 이 여자. 납치당했다고 신고했던 그 여자 아니냐?”

“맞습니다. 그리고 그때 ‘하루 종일 걸었다’ 던 피해자도 여기 있습니다.”

“젠장… 그럼 다른 영상 속 사람들도 전부 똑같이 납치된 거란 얘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거, 일이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씨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CCTV는 확인했어?”

“아… 아직요. 저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이 상황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냐…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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