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경찰서 앞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성형사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경찰서를 향했다.
차마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그는 경찰서 앞을 몇 바퀴나 돌았다.
소주를 얼마나 들이켰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신은 또렷했다.
‘왜지… 왜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거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납치극의 결말 같지만, 뒷맛이 찝찝했다.
무언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후, 술 냄새~ 성형사 몇 병이나 마신 거야?”
“…….”
“눈빛이 살아 있는 걸 보니 고민이 있나 보고만. 나랑 한잔 더할래? 나 여기서 성형사 기다리느라 밥도 못 먹었어!”
“아니, 집에 가면 되지… 무모하게…”
성형사의 목소리는 힘없이 흘러나왔다.
“에이,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술이나 한잔 하자. 일 얘기는 안 물어볼게.”
조그만 선술집
노릇노릇 구워진 노가리는 이미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고, 소주병은 하나씩 둘씩 늘어갔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소주잔을 채워주고, 잔은 곧 비워졌다.
“김 기자, 술 세네?”
“이 바닥에 있으려면 물보다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니까. 몰라?”
“이 바닥이나 저 바닥이나 참… 더럽고 치사한 일 투성이구먼.”
“말해 뭐 해, 입만 아프지…”
“근데 김 기자, 원래 정치부 아니었어? 왜 사회부로 온 거야?”
“속만 아파요… 속만… 그냥 술이나 마셔요.”
“오, 술 마시니까 존댓말이 나오네? 이거 자주 마셔야겠어.”
“지랄을 하세요, 지랄을…”
두 사람은 할 일에 대해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작은 사담과 술잔으로 시간을 메우고 있을 때, 적막을 깨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형님 오셨습니까?”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짧게 자른 머리에 포마드를 바른 2:8 가르마,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와 기지바지, 겨드랑이에 끼운 클러치백, 팔마다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다가왔다.
“에휴… 양아치 대장님, 행차시구만…”
“아이고, 이봐요… 싸움 잘하셔?”
“됐어, 술이나 마셔.”
성형사와 김기자는 양아치를 보며 스쳐가듯이 대화를 나눈다.
이 작은 대화를 들은 양아치가 다가와 이들에게 시비조로 말을 건다.
“아따, 방금 대충 들어도 내한테 한 소리 같은데?”
“아, 됐어요. 얼른 동생들한테 가보셔요.”
김 기자는 귀찮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양아치 동생들이 일어나 이쪽으로 살기 어린 눈빛을 쏘아댄다..
“지금 우리가 네들이랑 놀 기분 아니거든요. 자자~ 동생들도 자리에 앉아 술이나 마시지.”
성형사는 경찰 공무원증을 살포시 상 위에 올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형님, 저쪽입니다.”
“아, 쓰벌… 내가 왕년에 삼거리파 두목까지 했던 놈인데… 이렇게 개쪽 당하면 쓰지…”
대화가 이어지면서, 성형사의 얼굴에는 점점 상기된 빛이 번졌다.
“너 지금 두목이라고 했냐?”
“이잉~ 그려 두목이여~ 왜?”
“그치? 두목이지? 형님이면 두목인 거야? 그치?”
“아따 그리고 요즘에 누가 두목이라고 혀~ 사. 장. 님이라고 혀지~세상이 어떤 세상인디?”
“그래 그래 사장님이 두목이고 형님인 거야 그치?”
“아~따 이 양반 술 많이 자셨나 보다~ 가자 아그야~”
붉어진 얼굴로 양아치형님과 이야기하는 성형사의 모습을 보고 김기자는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잡힌 새끼들… 분명 똘마니야. 그냥 똘마니…”
“그런데?”
“아니… 돈을 수억씩 뿌렸는데… 두목이 모를 리가 있나?”
“아… 그렇지… 사장이든 두목이든, 형님이든… 조폭 대장이 있겠지?”
“그치, 분명히 윗대가리가 있어…!”
“그럼 그 윗대가리를 족치면… 뭔가 나올 수도 있겠다?”
성형사와 김 기자는 시원함을 느꼈다. 수사를 이어갈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성형사는 곧바로 이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형사, 잡힌 새끼들 무슨 파라고 했지?”
“강남신세계파라고 하던데요.”
“그치? 그 두목을 찾아보자!”
“두목요?”
“그래! 두목! 우린 완전 똘마니들만 잡은 거야. 분명히 윗대가리는 알고 있을 거야!”
“아… 그렇네요, 넵. 찾아보겠습니다.”
“그런데 넌 집에 안 가고 뭐 하냐?”
“암만 생각해도 찝찝해서… 서에 있었어요.”
“으이그… 얼른 집에 가서 자고, 내일 서에서 보자. 내일부터 좀 바빠질 것 같다~”
“넵, 형님~”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 기자는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