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온라인 유학기
외고 출신.
토익 935점.
토플 89점.
IELTS 7.5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자신했다. 미드를 볼 때만 해도 대충 알아들었다. 그래서 영어로 수업 쯤은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과거의 나에게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고 싶다. 정신 차려. 실제로 영국인들이랑 대화해 봤어?
영국대학원을 선택한 건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인 친구가 같은 학교의 원어민 선생님과 같이 밥 먹는 자리에 나를 초대했다. 그녀는 영국인. 앞으로 굴러서 봐도 영국인. 오른쪽 귀가 난청인 내가 대충 흘려 들어도 발음 강한 영국인. 시니컬한 표정만 봐도 영국인. 그런 영국인에게 나는 유학을 가고 싶다는 말을 툭 던지게 됐다. 외국인만 보면 자꾸 그 말이 튀어나온 달까.
"Actually, I want to study abroad."
"You should come to England."
사실 나에게 유학은 무조건 미국이었다. 모르겠다. 영국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유학 = 미국' 이라는 공식 같은 게 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영국의 장점을 줄줄 읊었다.
첫째. 석사는 1년이다.
둘째. 의료비 걱정 안 해도 된다.
셋째. 총기 불법이다.
뭐야, 영국이 이런 나라였어? 해리포터 나라가?
나는 그녀의 말에 혹했다. '나 영어 좀 알아듣겠는데? 이 정도면 유학가도 되겠어!'
그리고 그 세가지는 이제껏 내가 걱정했던 미국 유학생활의 단점을 날려주는 느낌이었다.
첫째. 1년 = 비용절감
둘째. 의료비 = 비용절감
셋째. 총기 불법 = 안전
강심장이 아닌 나는 비용절감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영국 유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내 나이 서른. 모든 걸 다 때려치고 1년을 거기서 지낼 수 있을까? 내 돈은?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 걸까? 학교 위치는? 런던 물가가 장난이 아니라던데...!! 많은 불안한 생각들이 내 머리를 덮쳤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영국 대학의 석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한 후로는... 나는 온라인 석사생이 되었다.
그리고 화상으로 모이는 첫 날, 나 혼자 동양인 이었고 다들 영국인 또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껏 기대하고 카메라를 켰는데 내가 드라마에서 듣던, 영국 친구가 했던 발음들이 하~~~~나도 안 들렸다. 멘. 붕. Literally. 그들은 현실 속에서는 발음을 짓이겼고, 대충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또 다 알아들었다. 이게 바로 한국어로 웅얼거려도 그 의미를 찰떡같이 알아먹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나는 결국 그 한 시간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다가 끝이 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망. 했. 다.
영어 공부 다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