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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Sep 06. 2015

2014년 여름, 예천 용문사[#4]

어림호를 찾아가다. 주말에 한 번 가보면 좋은 곳. 

예천 용문사에서 전반적인 사찰 업무를 담당하시는 팀장님께서 아침 공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말을 건네셨다.


"처사님, 오늘 별 일 없으시면 산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어림호가 있으니 한번 가보시는 것이 어떠세요?"

"어림호요? 거기는 뭐하는 곳인데요?"

"지금 양수발전을 위해서 산 정상에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곳인데 이전의 후백제 견훤과 관련된 역사가 있는 곳이에요."

"아, 그래요?"

"그런데 뭐 별거는 없고요. 바람 쐬기에 좋으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한번 이따가 가볼게요."

"참! 거기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꽤 힘드니까 차 몰고 다녀오세요."

"네."


나는 오전에는 다른 날들과 같이 각 법당을 돌면서 내 나름의 예불을 드리고 명상을 하면서 여러 가지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덜어내고 마음을 가다듬는 수행 아닌 수행을 했다. 어느새 오전 시간이 다 지나고 점심공양을 공양간에서 금세 마친 후 아침에 팀장님이 말씀해주신 곳으로 차를 몰고 향했다.


"예천 용문사에서 멀지 않은 어림호를 가보다."


어림호를 알리는 큰 비석이 서 있고 이 곳의 지명유래에 대해서 성명을 해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예천 용문사에서 차로 움직이면 산 정상 방향을 향해서 올라가는데 약 20분 정도가 걸렸다. 어림호로 도착하자마자 꽤나 큰 비석이 바로 전면에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입구 부근부터 차근히 표시판과 표지석들을 읽어가면서 산책을 했다 


어림호는 위 사진이 설명해주는 것처럼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군대와 전투 시 이 곳에 친림 하였다는 뜻에서 전래된 어림성의 옛 지명을 본떠 지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탁 트인 산 정상의 저수지와 조성된 공원, 그리고 초기철기시대 집자리"


수력원자력발전에서 관리하는 인공 저수지이다. 실제 가보게 되면 상당히 큰 저수지이다.
입구에서 반대편 방향의 공원길을 따라 걷다가 찍은 저수지의 모습.
이 날은 하늘이 참 맑고 상쾌했다.
예천 양수발전소(어림호)의 도면과 개요를 보여주고 있다.


어림호는 소백산맥 한 산자락의 정상에 세워진 곳이라 막상 도착을 해서 바라보니 하늘 위에 덩그러니 큰 호수가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성된 공원 길을 걷는 느낌이란 뭐랄까? 하늘정원을 산책한다는 느낌? 아마도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정말 파란 하늘에 흰 구름들은 어찌나 나와 가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정말 하늘을 걷는 느낌? 사진으로는 다 표현할 수는 없는 그러한 곳이었다.


"어림호에는 철기시대 집자리도 있다."


어림호의 조성된 공원을 입구에서 들어서면서 좌측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끝 자락(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 있다.)즈음 도착했을 때 철기시대 집자리가 있다. 뭐 특별한 유적이나 유물들이 있는 것은 아닌 그냥 집자리 터였으나 당시 철기시대에 이런 산 정상에 위치한 곳에서도 터를 잡고 살아가던 인류들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곳이었다.


초기철기시대 집자리를 알리는 비석과 그 터이다. 사실 나는 한참을 봐도 어떻게 이곳이 초기철기시대 집자리 였는지 알아차린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철기시대 집자리에 대한 설명


"사람의 인적이 많지 않은 곳이라 식물들도 많고 동물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


역시 인적이 드문 곳이라 다른 곳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식물들이 정말 많이 다양하게 있었다는 것이고, 꽃밭에서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오소리를 마주쳤는데 이 녀석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상태로 약 10 여초 가까이 있다가 본인 갈 길을 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저 녀석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오소리 녀석에게 무시를 당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야! 오소리 너 임마!" 이렇게 외쳤는데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잠시  멈칫하다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본인 갈 길을 갔다. 참 묘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참 좋았다. 이 곳에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많은 힐링의 느낌을 받았었다.

 



예천에 다시 들릴 기회가 있으면 이 곳 어림호도 꼭 한 번 다시 들려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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