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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Sep 07. 2015

2014년 여름, 예천 용문사[#5]

명부전과 나한전

"명부전, 사후를 관리하는 곳."


명부전은 지장보살님과 시왕들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불교에서 지장보살은 도리천(忉利天)에서 석가여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아침 선정(禪定)에 들어 중생의 근기를 관찰하며, 석가여래가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천상에서 지옥까지의 일체중생을 교화하는 대자대비의 보살로 알려져 있다.(내용의 출처: Daum 백과사전)


지장보살님을 모시는 시왕들은 우리가 구전동화나 전설로 많이 접해오던 염라대왕도 포함이 되어 있다. 사실 사람이 생을 마치고 죽고 나면 관리를 받는 곳이라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솔직히 처음 들어가기에 꺼려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명부전의 시왕들은 사람들의 태어난 날과 매치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왕이 해당 시에 태어난 사람의 경우 사후에 관리를 해준다고도 한다. 불교를 믿으시거나 전통적인 기복적 믿음을 가지신 노인분들께서는 사실 사찰을 들리게 되면 제일 처음으로 들리게 되는 곳이 명부전이라고 한다. 그 이유인 즉, 곧 이 곳에서의 생을 마치고 지장보살님과 염라대왕 앞으로 가게 되면 현생에서의 삶을 근거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생전에 미리 눈도장을 찍고 잘 봐주십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예천 용문사의 명부전 모습이다. 전면에 모셔진 분이 지장보살이다.
무슨 꽃인지는 잘 모르겠다. 명부전 앞 화단이 있는데 참 예쁘게 피었다.


예천 용문사의 명부전 앞에는 작은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붉은 색과 자색을 띈 작은 꽃이 참 예쁘게 피어 있었다. '죽음을 관리하는 곳 앞에 이렇게 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니......'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마도 지옥으로 갈 고통받는 사람들까지 구제를 하겠다는 지장보살님의 마음이 오롯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명부전 앞에 꽃이 피었습니다.


                                           차우준


명부전 앞에 꽃이 피었습니다.


작고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아마도 지장보살님 마음 오롯이 꽃으로 피었나 봅니다.



"나한전, 부처님의 제자들을 모셔놓은 곳"


나한전은 예천 용문사에 온 이후로 가장 늦게 찾아뵌 곳이 아닌 가 싶다. 나한전은 산신각과 마찬가지로 기복적인 성격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한전에 모셔진 나한님들은 쉽게  이야기하면 석가모니의 제자들이다. 아마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후대에 불법을 모심으로써 제자가 된 분도 있을 것이다. 나한님들을 보다 보면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만 한 분이 있다. 달마 대사이다. 달마 대사도 나한전에 모셔져 있는 대표적인 나한님이다.


바로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용문사에서 10 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나한전은 가장 늦게 찾은 곳이었다. 그 이유는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자 훌쩍 여행을 떠나온 목적이 있었기에 무엇인가를 잘되게 해주십사 기도를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나한전과 관련된 불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무엇인가를 빌고 싶어 기도를 할 때 가장 기도발(?)이 잘 받는 곳이 바로 이 나한전이라고 한다. 사실 산신각에서 기복을 위한 기도들을 많이 하는데, 알만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한전에 들려 본인에게 맞는 나한님께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나한전에 여러 분의 나한들이 모셔져 있는데, 나와 맞는 나한님이라고? 그럼 나에게 맞는 것인지는 어떻게  알아?라고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런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답변을 할 수는 없다. 사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업무를 담당하시는 팀장님께 물었다. 내가 기도를 하고 싶은데 나한테 맞는 나한님을 어떻게  찾습니까?라고 하니, 그건 저도 잘은 모르는데 아마 나한전에 들어가면서 나한님들 얼굴을 잘 살펴보시다 보면 괜히 마음에 든다던지, 아니면 본인을 유독 보는 것 같다던지, 또 아니면 괜히 끌리는 나한님이 한 분쯤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 나한님이 나에게 맞는 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뭐! 믿거나 말거나다! 그런데 나도 막상 들어가보니 유독 눈길이 가는 나한님이 계셨다. 정말 신기했다. 뭐! 그냥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 일시적으로 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나한님의 모습이 생각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나는 나에게 맞는 나한님을 찾았는데 기도를 했느냐고? 솔직히 바로 뭔가를 바라는 기도를 하지는 못했다. 솔직히 빌어보고 싶은 것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이곳 산신각에서 빌었던 것을 들어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만큼만 받게 해달라. 그리고 기회를 볼 수 있게 해달라. 나를 위한 기도는 이 것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사찰을 다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한들이 기도빨은 아주 기가 막히다는 말이 내려옴과 동시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같이 구전되고 있다. 그건 본인이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가차 없이 비참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이다. 나한들께서는 샘이 많으시고 다소 변덕이 심하셔서 본인이 아주 팍팍! 밀어주고 있는데 열심히 안 한다? 그럼 배신감에 어깃장을 놓으신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런 부분은 미신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아주 미신이라고 생각지도 않는 마음 한 켠의 그러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바로 기도를 못했다. 그래도 이 곳 예천 용문사에서 머물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에 빌었다. 그리고 당시의 나한님을 사진을 찍어서 휴대폰에 간직하고 다니고 있다. 나 아직도 열심히 개념 있게 살고  있어요!라고 보여드리려고. 뭐! 나한님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나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예천 용문사 나한전에서 만나뵙게 된 나한님이다. 나는 아직도 이 나한상을 보면 뭔가 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기분이 좋다.
사찰의 담벼락에 담쟁이가 참 예쁘게 있다.


"예천 용문사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예천 용문사에서 밤하늘의 달 사진이다. 구름이 끼어 달무리가 졌다.
사실 밤이 오면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라 건장한 남자인 나도 사실 문을 걸지 않고는 잠을 잘 때 무서운 감이 있다. 그래도 이 곳에서의 밤은 뭔가 모르게 외로우면서도 정겨움이 있다


예천 용문사로 무작정 간단한 옷가지들을 챙겨서 떠난지도 주차로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 곳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또 덜어야 할 잡념과 두려움 등은 훌훌 덜었던 것 같다. 삼십 중 반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인가 인연들의 고리를 다 일시적으로 끊고 훌쩍 나만을 위해서 떠나 본 여행은 처음이었지만 너무도 의미가 있고 소중한 기억들이었다. 예천 용문사는 앞으로 나이가 먹어가면서 보다 깊이 있게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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