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제 2라운드

관계의 변화, 그 시점에서

by 작가C

“아버지, 엄마와 또 다투셨어요?”

“아니, 네 엄마가 또 사람 열을 올리잖아.”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재작년 약 4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신 이후 다툼이 부쩍 늘었다. 그 이유야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가지고 계시겠지만 두 분을 지켜보는 아들인 나로서는 ‘저렇게 다투실 일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대다수다.


“아버지, 오늘은 엄마와 왜 다투신 건데요?”

“아까 점심을 먹고서 나는 빨래를 널고 청소를 할 터이니, 네 엄마 보고는 설거지를 바로 하라고 했단다. 그런데 그냥 바로 거실 소파에 앉아서는 ‘조금 이따가 치울게요.’라는 말만 하면서 치우지는 않잖아. 지저분하게. 어차피 치울 거 바로 치우면 얼마나 좋니. 그런데 네 엄마가 요즘 아주 말을 안 들어. 밖에서 동네 친구들 만나고 와서는 사람 약을 바짝바짝 올리지를 않나 말이야.”


아버지의 말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 편으로는 요새 갑자기 저리 다투셔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머니가 집안일을 제때 안 하시는 것은 아니다. 설거지의 경우에도 내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해 보면 밥을 하느라 힘드시고 식사를 하고 나면 포만감이 느껴져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 정도 앉아서 쉬다가 하시고는 했다. 지금도 그 생활패턴이 그대로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게 느끼시는 것 같다.


“네 엄마가 예전에는 안 그러더니 내가 퇴직하고 집에 있으니까 사람이 바뀌었어.”

“에이~, 아버지 그건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내 어릴 적부터 생각해보면 엄마는 그대로인데 뭘요. 아버지 퇴직하시고 바뀐 거는 없어요. 다만 제가 두 분을 바라보았을 때 서로 모르시던 서로의 성격과 생각을 이제야 알아 가시는 것 같은데요.”


사실이 그렇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족이 모두 모여 있을 때 종종 이야기해주셨던 바에 의하면, 아버지의 중학교 친구인 상용이 아저씨가 강원도 홍천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셨는데 그 당시 어머니도 같은 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같이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24세에 경기도로 교직 첫 부임지 발령을 받으신 이래로 경기도에서 쭉 생활을 하셨는데, 아버지 친구인 상용이 아저씨가 한 번 고향 내려오면 어머니를 소개해 줄 터이니 만나보라고 주선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첫 만남에 몇 번 더 만나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첫 만남 이후 3개월이 지나서 양가의 부모님들 허락을 받고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결혼을 하시고 1년 후 나를 가지셨고, 그다음 해 동생을 가지셨다고 했다.

뭐, 당시에야 상대방의 얼굴도 신혼 첫날밤에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던데 소개를 받고 3개월이 지나서 결혼한 것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지금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 시간이 참 부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부족하다는 것조차 모르게 삶을 치열하게 살아오셨다.

아버지는 40여 년을 교직생활로 가장으로 살아오셨고, 어머니는 같은 시간을 두 아이들의 엄마로 한 남편의 아내이자 집사람으로 살아오셨다. 내 기억으로 아버지가 30대부터 50대 초반까지는 집에 들어오시는 것을 거의 못 본 것 같다. 사실 집에 들어오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나와 동생이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에 출근을 하셔서 늦은 새벽에 퇴근을 하셨던 탓이다. 물론 주말에도 출근을 하시기가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을 하루 24시간 중 4~6시간 남짓만을 함께 있을 뿐이었고, 그 시간 동안 서로에게 충실하던 모습이 전부라고 믿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와 동생에게는 두 분 모두 그대로이지만 정작 두 분 서로에게는 변한 것 같다고 당신들이 느끼시는 것 같다. 하루의 최소 18시간 내외를 같이 계시니 서로의 성격과 말투, 습관, 관심사, 이러한 것들이 세세하게 눈에 보이는 탓이다.

나는 그래서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퇴직하시고 엄마가 변한 게 아니에요. 잘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약 40여 년 함께 사셨다지만 엄마를 얼마나 아시나요? 물론 엄마에게도 이 질문은 동일하게 유효하고요. 사실 잘 모르시잖아요. 두 분 모두 직장생활에 시달리느라, 또 어린 나와 동생 은이를 키우시느라 정작 서로를 알 시간이 없으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크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이전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생기신 거죠.”

“하기야, 그렇기는 하지.”

“아버지, 그래요. 그게 맞아요. 그러니까 엄마가 변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엄마를 처음 만나서 차근히 알아가야 할 엄마의 모든 것들을 이제야 여유를 가지고 알게 되시는 거예요. 엄마 입장에서 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

“…….”

“아버지, 요즘 은이도 연애를 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를 봐도 그렇고 주변의 자녀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연애가 어떻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서로 맞지 않고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들, 그 모든 다른 것들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 바로 연애잖아요. 때로는 서로 좋아 죽다가, 또 어느 날은 서로에게 실망했다며 싸우고 울고……. 마치 개울물에 굴러다니는 모난 돌처럼 이요. 제가 감히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엄마는 지금에서야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를 시작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세요?”

“……, 그런 가…….”

“요즘 아버지와 엄마가 하시는 행동과 제게 말씀하시는 모든 것들이 그래요. 그러니까 서로가 변했다고, 본인을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고 마음속에 벽과 색안경을 끼기 시작하지 마시고 처음부터 새롭게 받아들이세요. 아직 함께 하실 시간이 많으시잖아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신 듯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밖에서 본인의 일을 마치시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장난을 걸어오신다. 아버지는 금세 “내 반쪽”이라며 그 장난을 받아주신다. 미처 말을 못 하였지만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갑내기이시다. 정겹다.

두 분, 이제야 제대로 연애를 시작하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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