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구운몽
차우준
별빛이 유난히도 빛나는 깊은 산속 계곡의 깊은 밤
젊은 아낙은 갓난아기를 등에 둘러업고 와
별빛이 부서져 내린 계곡물에 빨랫감들을 물들인다
젊은 아낙의 등에서 잠이든 아기는 계곡의 적막보다 고요하다
젊은 아낙 외에는 세상의 모든 시간은 멈추어버린 듯하다
소쩍새가 운다, 그 간의 적막과 고요가 깨진다
아기가 운다, 젊은 아낙은 빨래를 잠시 멈추고
옷고름을 풀어 달빛보다 하얀 젖가슴을 드러낸다
저 멀리서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는
젊은 아낙의 하얀 젖가슴을 타고
젖을 문 아이의 얼굴로 흐른다
하얀 젖가슴과 아이의 미소, 하얀 젖가슴과 아이의 미소
“삐~! 다음은 유현 사거리입니다. 다음은 유현 사거리입니다.”
아, 꿈이었다
오른쪽 어깨가 말랑하고 따스하다
낯선 여인이 내 어깨를 빌려 곤히 잠을 잔다
그녀도 하얀 젖가슴과 아이의 미소를 가졌다
하얀 젖가슴과 아이의 미소, 하얀 젖가슴과 아이의 미소
불현듯 중심(中心)이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