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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Sep 16. 2017

일본 규슈로의 여행이 취소되다

  "일본 규슈로의 여행이 취소되다"


  태풍 ‘탈림’으로 인해 결국은 부모님과 예정되어 있던 일본 규슈 여행이 취소되었다. 3일 전부터 초대형 태풍이 형성되어 대만 쪽으로 향한다고 하고 한반도 지역과 일본 지역 쪽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 갑자기 태풍의 진로가 바뀌게 된 것이다. 설마설마, 했는데 막상 여행사로부터 여행 취소를 해야겠다는 알림 연락을 받고 나니 마음이 허탈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3년 만의 해외여행 계획이었고, 부모님과도 2012년 일본 홋카이도 여행 이후로 처음 그리고 앞으로 언제 계획하게 될지 모르는 여행이어서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내가 「기후변화에 대한 담론 : 보이지 않는 손은 지구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전문 교양서를 집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태풍 ‘탈림’은 초속 35m의 강풍을 품은 강한 태풍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요즘은 왜 이렇게 예측하지 못하는 진로로 태풍이 경로를 가지며, 그 바람의 세기도 세진 것일까? 예전의 기상학도로서 나는 여러 답변들을 스스로에게 해보지만, 그중에서도 명쾌하고 나 스스로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이다. 인간 활동에 의한 인한 이산화탄소 및 비이산화탄소 가스들을 대기 중으로 상당량 배출과 전 지구적인 도시화율의 급증으로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서 나타나는 외부 강제력 강화와 태양복사에너지 및 지구복사에너지의 균형 변화가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들이 미처 적응(그리고 대응)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라고 부른다.


  이 기후변화는 단순하게 단어가 주는 ‘기후가 변화한다’라는 의미에 국한하지 않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지구적/지역적 규모에서의 인간 생존에 대한 문제들까지 포함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북극 빙하의 감소로 인한 북극곰과 황제펭귄 등의 서식지 축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 해발고도 지역 국가의 국토 포기 및 난민 발생, 여름철 폭염 기간의 증가로 인한 노약자 사망률 증가, 아열대 지역의 확대와 함께 병충해의 급증, 해양생태계의 변화, 극한의 기상현상 발생, 등등이 해당된다. 이 모든 것들은 인류는 물론 현재의 지구 기후시스템에 잘 적응되어 있는 대다수의 생명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더불어 인간에게는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피해와 혼란을 야기하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음모론’, 또는 ‘말도 안 되는 허구’라며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무지함을 맹신하고 있으며, 인간 생활의 편의성 및 편리성을 더욱 마음껏 누리고 싶어 하며, 자신들의 이권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출신 정치인이자 대통령이었던 부시와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 입장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가 있다. 부시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남부 석유 기업들과 밀접한 유대를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의 경우도 사업가 출신으로서 산업계를 대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역시 기후변화를 대하는 입장이 이들과 그다지 다르지가 않다. 왜냐하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그토록 그들이 원하던 부동항과 부동토를 얻게 되었으며, 식량을 위한 작물 경작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의 경우는 중동 지역 못지않게 많은 양의 화석연료(특히,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인간의 욕심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하여 기후변화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인간들이 ‘죽음’을 공통되게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한 바 있다. 바로 그것은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 ‘예측 불가능성’이다.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굵직한 시나리오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하나하나의 현상들은 예측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마치 이번 태풍 ‘탈림’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우리들에게 올 것이다. 모은 개인에게는 아닐지라도 인류라는 공통된 고유명사에게는 분명 그러할 것이다.


  예정대로였다면 나는 지금 이 시각(오후 10시 11분)에 잠에 들고 내일(2017년 9월 17일, 일요일) 새벽 4시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인천 국제공항을 향했을 것이다. 그리고 37세의 삶을 살던 해의 가을날 보다 더 나이를 들어가시는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쉬움은 아쉬워해봐야 아쉬울 뿐이라서 아쉬워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의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제18호 태풍 탈림의 진로도(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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