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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Dec 24. 2017

(저자의 변) 생뚱맞게 산업 혁명을 재정의 하기

'우리의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내하출판사, 2018)'을 읽으며.

최근 신간으로 출간한 도서를 서재에서 차근히 읽다 보니, 이것이 내가 쓴 생각이 맞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장르에 구애받음이 없이 자신의 생각과 축적된 경험, 지식, 그리고 감정 등을 기술한다는 데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 여러 권의 도서를 출간했지만, 출간되고 난 후의 내 도서를 읽을 때면 언제나 새롭게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당시 잘못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지식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다시금 고찰하게 되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믿고 읽어주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일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은 페이스북이나 출판사 게시판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향후 정정을 해나가려고 한다.     


오늘은 1~3차 산업 혁명과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내 글을 보면서 잠시 혼란에 빠졌다. 1장과 2장에서 각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와 내가 처하고 있는 그 각 산업혁명에 대해서 작성을 해놓은 내용이 바로 나를 혼란스럽게 한 그것들이다. 내용인 즉 이러하다.     


"(2장의 본문 중) 불과 4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저자는 한국 사회 내에서 2차 산업혁명부터 3차 산업혁명 그리고 4차 산업혁명까지 몸소 체험했고 체험하고 있다. "

"(1장의 본문 각주 중) 참고로 1·2·3차 산업혁명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이루어졌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의 본격화로 이루어졌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분명 한국에서 벌어진 시대적 상황과 산업발전의 역사 속에서 2차 산업 혁명의 시기와 3차 산업 혁명의 시기를 두루 거쳐 왔다. 그리고 아직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4차 산업 혁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합의하고 있는 정의로는 1차 산업 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노동력의 기계화 대체 시작, 2차 산업 혁명은 에디슨 등에 의해 발명 및 발전된 전기와 대량 생산의 기계로 인한 중화학 공업 등의 발전 시작, 3차 산업 혁명은 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의 개발로 인하여 인간의 지적 노동력을 도와주기 시작하는 시기, 4차 산업 혁명은 아직 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우인지는 모르지만 '사물인터넷과 3차원 프린팅,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으로 인간의 지적/육체적 노동력의 전면적인 대체'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최초에 시작되는 시기는 위의 '(1장의 본문 각주 중)'에 언급된 시기가 시작이 맞지만, 각 국가에서 시작되고 처하고 있는 환경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가 맞이하는 각 산업 혁명들의 시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 합의를 두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산업 혁명(즉 1차 산업 혁명)'은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발하여 이루어진 '영국의 1차 산업 혁명'을 '산업 혁명'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이전까지는 일제강점기의 참혹한 수탈 피해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 국토의 폐허로 인하여 산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해봐야 일제가 남겨 놓은 수탈을 위한 철도나 전기 등의 기반시설 일부, 그리고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그 군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를 빼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경제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들이 수립되었고, 공산사회주의 체제와 자유시장주의 체제의 체제경쟁에서 자유시장주의의 우월함을, 즉 체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총력을 벌이다시피 했다. 그리고 모든 한국의 국민들도 "우리도 잘 살아보자"라는 기치로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물론 이것은 여러 논쟁의 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 통치자의 업적으로 기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독재정권의 피해로서 또 국민들의 절박함에 의한 동조로서 보려는 측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어느 편에서 속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통치자의 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국제 정세와 미국의 대공산주의 대외정책의 혜택을 본의 아니게 오롯이 받은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독재 치하에서도 자신의 자식과 자신의 가족만을 바라보며 피와 눈물을 흘린 우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여하튼 그렇게 1970년대부터 중화학 공업 등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1차 산업 혁명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2차 산업 혁명의 특징을 가지는 시기로 바로 진입해버렸다. 그리고 3차 산업 혁명의 특징을 가지는 시기도 뒤늦게 도입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진화/확산되어 2000대 전후로 IT붐이 일어났고, 현재는 ICT 강국들 중 하나가 되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기점으로서의 정의인 1차, 2차, 3차, 4차 산업 혁명과는 달리, 급속도로 빨라지고 세기만 했던 조류와 같은 역사적 흐름에 거의 휩쓸리듯 각 산업 혁명들의 특징을 가지는 시기들이 불과 4~50여 년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그래서 내가 집필한 도서에 작성한 그 문구들이 그 나름의 생각과 의미로 기술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전적 정의라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익히고 그 틀에 맞추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분명 그 정의는 '최초'라는 것에 주체가 되는 주역들에게 해당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아프리카 지역의 다수의 국가들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다수의 국가들, 남아메리카 지역의 여러 국가들에서는 2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가지는 시기도 아직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Youtube에 업로드된 한 강연에서 그러한 말을 들었다. "치타는 치타만의 속도가 있고, 민달팽이는 민달팽이만의 속도가 있다." 이 말은 어느 한 스님이 에세이로 내어 놓은 도서의 이름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것과 비슷한 어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부탄과 같은 나라에서는 산업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고, 전 세계가 4차 산업 혁명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라는 고민으로 유난을 떨고 지레 겁을 먹고 있어도, 그들은 여전히 행복이라는 가치를 잊지 않고 그들만의 속도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먼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머지않은 미래까지는 지금과 같은 삶을 살아가리라 생각된다.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세계사적으로, 인류사적으로 기점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지만, 각 국가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시기는 각기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존중해야 한다. 결국 치타는 치타만의 속도가 잇고, 민달팽이는 민달팽이의 속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 처럼 말이다.


도서 '우리의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내하출판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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